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차량 106대가 연쇄 추돌한 사고는 한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짙은 안개 때문에 앞서 가던 승용차가 속도를 줄이는 걸 발견하지 못해 앞 차를 들이받으면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영종대교 상부도로(왕복 6차로) 서울 방향 3.8km 지점 2차로에서 신모 씨(57)가 몰던 관광버스가 안전거리(100m)를 확보하지 않은 채 앞에서 달리던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를 추돌하면서 1차 사고가 발생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사고를 목격하고, 2차로에서 3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던 유모 씨(60)가 운전하던 택시를 또 다른 관광버스가 들이받으며 3차로에 멈춰 섰다. 이어 유 씨의 택시를 또 다른 택시(운전사 한모 씨·62)가 들이받았고, 이들 차량을 1∼3차로에서 뒤따라오던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와 승용차 등이 줄줄이 들이받으면서 10여 분 만에 차량 106대가 추돌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경찰이 추돌사고가 난 전체 구간(약 1.2km)을 세 그룹으로 나눈 뒤 맨 앞부분에 있던 1그룹 차량 10대에 장착된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2그룹에는 12대, 3그룹에는 84대가 뒤엉켜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추돌사고가 크게 3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류했다. 당초 경찰은 11일 사고 직후 사고지점 1차로를 달리던 유 씨의 택시가 앞서 달리던 한 씨의 택시를 들이받으며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신 씨와 투어버스 운전사 김모 씨(54)를 포함해 1그룹 운전자 5명에 대해 안전거리 미확보에 따른 전방 주시 태만 등의 혐의(안전운전 의무 위반)로 입건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또 영종대교 관리운영회사인 신공항하이웨이 관계자를 불러 사고 당시 안개가 낀 영종대교를 운행하는 차량들에 대해 매뉴얼에 따른 안전조치를 제대로 실시했는지 등을 수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영종대교의 교통안전시설물 실태조사를 통해 부족한 시설을 확충하도록 지시할 계획이다. 이번 사고로 2그룹에서 숨진 승합차 운전자 김모(51), 임모 씨(46) 등 2명 외에 추가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부상자는 10명이 늘어 73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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