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사자에 물려 사망… ‘20년 근무’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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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2월 13일 09시 26분


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사자 두 마리에게 물려 숨졌다.

12일 오후 2시25분쯤 어린이대공원 맹수마을 사자 방사장에서 사자 담당 사육사인 김모 씨(52)가 온몸에 피를 흘린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직원 이모씨가 발견했다.

김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건국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30분 만에 숨졌다. 경찰은 “CCTV 확인 결과 김 씨가 동물에게 인형 등을 던져 행동 발달을 촉진하는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실시한 직후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한 달에 2, 3차례씩 맹수의 야성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하는 이 프로그램은 종이 장난감이나 고깃덩어리로 사자를 유인해 움직임과 흥미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약 20분간 진행된다.

대공원 측은 “프로그램을 끝낸 뒤 사육사 김 씨가 방사장을 정리하기 위해 우리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사자 우리에는 수컷(10살)·암컷(6살) 두 마리가 있었다. 의료진은 “목에 난 큰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은 지난 8일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임시휴장 상태여서 관람객은 없었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사자가 있던 우리를 폐쇄하고 사자들을 격리 조치했다.

이번 사고는 2013년 11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시베리아 호랑이(당시 3살)에게 물려 보름 만에 사망한 사건과 유사점이 많다. 사고 당시 김씨는 보호 장비 없이 맹수 우리에 혼자 있었다. ‘2인 1조’ 근무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나머지 한 명의 사육사는 정기 휴무일이었다. 서울대공원 사고 때도 사육사가 호랑이 우리에서 혼자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사망한 김씨는 동물원에서 20년간 근무했지만 맹수 사육사 경력은 3년에 불과했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대공원 사고 후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종합적인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공무원·전문가·시민들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사고로 서울시와 어린이대공원 관리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의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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