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총 68곳의 서울형 혁신학교 예산집행 실태를 감사하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올해 혁신학교를 1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가 국민감사 청구한 ‘서울형 혁신학교 공익감사청구’에 대해 최근 감사원이 인용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은 검토 결과 혁신학교 예산 지출에 편법 운영, 예산 낭비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감사원은 이르면 4월부터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두 달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밝혀 6월경 감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바른사회 측은 △서울형 혁신학교의 예산지침 위반 여부 △예산 낭비 사례 △일반학교와의 형평성 문제 등 세 가지 항목을 감사 청구했다. 또 증거자료로 혁신학교 지원금 중 서울시 지원금(1000만 원)을 부당 집행한 사례, 교육청 예산 지침을 위반한 사례 등을 학교 이름, 내용 금액과 함께 감사원에 제출했다. 바른사회 측은 총 68곳 서울형 혁신학교의 예산을 조사해 학교 네 곳의 부정 예산 사용을 적발했다.
2013년 한 해 서울형 혁신학교는 한 곳당 평균 약 1억5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여기에는 인건비로 사용할 수 없고 반드시 프로그램 운영비로 써야 하는 서울시 지원금 1000만 원도 포함됐다. 하지만 H초교는 인건비에 속하는 ‘문화예술 체험활동 외래강사비’에 서울시 지원금 1000만 원을 썼다. D초교는 교사들이 쓸 노트북 23대를 사는 데 지원금의 일부를 썼다.
교육청은 교사 연수, 워크숍 등 교사 관련 비용에 지원금의 5%(평균 약 750만 원) 이상을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를 어긴 학교도 많았다. O중은 교사 관련 비용으로 총 1535만 원을 써 예산지침의 약 2배를 사용했다. 또 마치 지침을 지킨 것처럼 지출 내용을 ‘수업 연구회(671만 원), 수업공개 간식비(350만 원), 교사 워크숍(513만 원)’ 등으로 나누는 일명 ‘쪼개기’도 있었다. 이 항목들은 실제로는 전부 교사에게 들어간 비용이다.
혁신학교 취지에 어긋난 예산 집행도 발견됐다. S초교는 지원금 중 300만 원을 교사 4명의 일본 해외 연수에 썼다. 기본운영비로 충당해야 할 공공요금 668만 원을 혁신학교 지원금에서 지출한 학교도 있었다.
혁신학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관리 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등학교 두 곳, 중학교 두 곳은 예산 편성 지침을 명백히 위반했지만 지난해 다시 혁신학교 재지정 공모에 응해 무사 통과됐다. 이 학교들은 올해부터 2년 동안 총 2억 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또 받는다. 재지정 과정에서 그동안의 예산 운영에 대한 감사나 위법 사항에 대한 처벌은 전혀 없었다.
감사청구를 주도한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혁신학교 정책이 진보교육감의 대표 공약이었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감독을 게을리해온 측면이 있다”며 “이번 감사가 혁신학교 예산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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