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전 모습 그대로 단팥죽집, 2대째 44년 영업 ‘금성부동산’
서울시 미래유산 350건 선정
체험코스 발굴… 표지판도 세우기로
‘창업 1970년 10월 12일, 가장 오래된 금성’
서울 영등포구 시범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금성부동산’에 들어서면 동네 지도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게 있다. 부동산의 오랜 역사를 써놓은 아크릴 팻말이다. 금성부동산은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중개업소 중 하나다. 1971년 시범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앞에서 천막을 치고 부동산 영업을 시작했다. 벌써 2대째 44년간 중개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부동산에선 1970, 80년대 여의도에 아파트 건설이 많아지면서 호황기를 누렸던 시절부터 외환위기를 거치며 어려웠던 시기까지 한국 부동산의 역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 점성촌부터 시장까지 다양
서울시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미래세대까지 보전하기 위해 2013년부터 현재까지 350건의 ‘미래유산’을 선정해 발표해 왔다. 지난해 금성부동산을 포함해 55곳의 미래유산이 새로 선정됐다. 시는 이 가운데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5곳을 추천했다. 금성부동산과 함께 △미아리 점성촌 △가리봉시장 △방호연막탄 지주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삼청동 단팥죽, 전통찻집) 등 다섯 곳이다.
성북구 동선동 3, 4가 일대 ‘미아리 점성촌’은 6·25전쟁 이후 인근 ‘토끼굴’이라 불리던 굴다리 밑에 시각장애인 점술가들이 돗자리를 깔면서 형성됐다. 1980년대만 해도 규모가 100곳이 넘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한때 외국인까지 찾는 관광코스였지만 요즘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끊겼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옛 구로공단의 젊은 근로자들로 북적였던 ‘가리봉시장’도 미래유산에 선정됐다. 시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허기를 채우고 소소한 살림살이를 장만하며 피로를 잊던 의미 있는 곳으로 보존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또 1968년 북한 무장게릴라들이 서울에 침투한 1·21사태 이후 낮에는 연기를 내뿜고, 밤에는 조명탄을 발사하는 용도로 삼청동과 청운동 곳곳에 설치된 ‘방호연막탄 지주’와 1976년 4월 개업한 뒤 의자와 식탁, 그릇까지 옛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삼청동 전통차·단팥죽집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도 주요 미래유산에 포함됐다.
○ 미래유산 체험코스 개발
시는 미래유산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는 ‘체험코스’도 선보였다. 1913년경 개업해 지금도 운영 중인 필방인 서울 종로구의 ‘구하산방’과 1966년 개업한 ‘동하필방’을 연결한 오래된 필방·문방구 코스가 대표적이다.
또 △오래된 약국 코스(1946년 개업한 뒤 같은 장소에서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수도약국’과 1957년 개업한 ‘보령약국’) △성북동 코스(1960∼1980년대 국빈 접대와 정치회담 장소로 명성을 떨쳤고 군사정부 시절 요정(料亭)정치의 상징인 길상사와 삼청각 등을 연결) 등이다. 시는 이달 중 디자인을 확정한 뒤 8월까지 미래유산 소개를 담은 표지판을 만들어 홍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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