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조명 밝히고 CCTV 설치… 담장엔 벽화 그려 동네 분위기 쾌적
대구시,안전마을 조성사업 확대키로
“한국 문화를 배우고 친구도 생겨 기뻐요.”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인 판티튀오안 씨(27)는 최근 대구 달서구 두류1, 2동 안전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설맞이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이웃이 모두 모이는 공간에서 음식을 같이 만들고 윷놀이도 했다. 흥겨운 동네잔치가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3∼12월 대구시의 셉테드(CPTED·범죄예방 환경디자인 설계)를 활용한 안전마을 만들기 시범사업을 벌였다. 좁은 골목길과 빈집 등이 많아 범죄 발생 우려가 높아서다. 지난해 4월 조사에서 ‘안전하다’고 답한 주민은 42%에 그쳤다.
안전마을 조성은 주민 스스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곳을 찾아 개선 계획을 세우고 공공기관이 디자인과 범죄예방 디자인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밝은 조명과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담장 벽화를 그렸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안전 쉼터도 만들었다.
사업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동네가 활기차게 바뀌었고 설맞이 행사 등을 같이하며 이웃과의 정이 쌓이고 있다. 커뮤니티센터는 매주 월·수·금요일 밴드와 합창 공연, 인문학 강좌를 연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매주 1회 이상 환경 정비와 자율 방범 활동을 벌인다. 매월 5일에는 시장과 학교 앞에서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한다. 주민들은 “안전하고 깨끗해지니까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도 줄어 환경도 쾌적해졌다”고 말했다. 올해는 벽화 골목을 늘리고 친환경 문화 만들기, 꿈나무 자치회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구에 셉테드를 활용한 도시 디자인 사업이 늘고 있다. 중구는 지난해 2월 남산4동 일대에 ‘희망길’(100m 구간)을 조성했다. 어두웠던 골목을 조명으로 밝히고 낡은 담장은 벽화로 꾸몄다. 전봇대에는 방범용 CCTV와 비상벨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골목이 밝아져 마음 놓고 다닐 수 있게 됐다”며 반긴다. 중구는 최근 남산1, 2동과 성내3동 등 3곳에 희망길을 확대했다. 중구 관계자는 “희망길이 도시 재생 효과도 낳고 있다. 6월 사업 대상지를 추가 선정해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해 서구 비산7동 일대를 안전마을로 조성하는 등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대구경북연구원과 협약해 셉테드의 체계적인 도입과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대구경찰청은 범죄 통계 자료 제공과 범죄예방 프로그램 운영을, 대구경북디자인센터는 환경 및 도시 디자인, 대구경북연구원은 사업 효과 분석과 주민 요구 조사를 맡는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음 달 셉테드 조성 기준을 마련해 건축과 공공디자인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안전도시 대구를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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