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추석 등 명절만 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런 질문이 연이어 올라온다. “예법에 어긋나 안 된다”는 반응과 “시대와 기호에 맞추면 괜찮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과연 어떤 방식이 좋을까. 설을 맞아 전통문화 전문가 5명에게 자문했다.
○ 피자 치킨은 일종의 별미(別味)…올려도 됩니다
전문가 5명은 피자 치킨 등을 올리는 것이 “차례의 근본을 흔들지만 않으면 문제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밥(떡국), 탕, 나물 등은 주식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지만 나머지 음식은 시기와 지역에 따라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대의 별미인 피자 치킨은 명절처럼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 개념으로 해석해 차례상에 올려도 무관하다는 것.
차례상에 올릴 때는 별미 또는 술안주 자리에 놓으면 된다는 의견도 냈다. 현재 통용되는 차례상은 지방을 기준으로 첫 줄에 밥과 탕(설에는 떡국)을 놓고 다섯 줄로 맞춘다. 지방 가까운 쪽부터 주식 술안주 별미 과일 순이다. 차경희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밀가루로 만든 것을 떡으로 생각했으니, 피자는 떡이나 한과 자리에 놓으면 무방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 차례(茶禮)는 ‘차’를 올리던 의식…커피도 OK!
술 대신 커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승권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중국에서는 후식으로 반드시 차를 마셨던 풍습 때문에 차가 필수였다”며 “한반도는 과거 차가 귀해 술이나 숭늉으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차례의 첫 절차인 ‘강신(降神)’ 때는 술을 올리고 마지막에 후식의 의미로 커피를 올려도 괜찮다는 것.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외래 과일도 전통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조선시대에는 지금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석류 유자 참외 귤 등도 썼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은 “조선왕조실록 등에 ‘시물(時物)’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시기에 구할 수 있는 물건이면 다 된다는 뜻”이라며 “파인애플 바나나 망고 등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희선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이런 과일은 홍동백서(紅東白西)와 무관하게 과일 자리에 놓으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 자유롭지만 지킬 건 지키는 차례상
전문가들은 음식 준비가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차례 자체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차례상은 조상에게 명절이 왔음을 알린 뒤 가족들과 친교를 나누는 데 본래 목적이 있다는 것. 박 의례부장은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렸다가 음식이 남아 버리는 게 오히려 예의에 안 맞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유롭게 차례상을 마련하되 일정한 룰은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차례상 음식은 고인과 사연이 있는 걸 올려 가족들끼리 음식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학예연구관은 “쉽게 상하는 것이나 날것 등 차례상에 안 좋다는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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