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학대후 조부모 양육 주목… 교육 프로그램, 서울 25개구로 확대
빈곤층 수당지원 등 보완 필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희순(가명·65) 씨는 요즘 딸과 사이가 소원하다. 대기업 직원인 딸은 지난해 10월 한 살 난 외손녀를 김 씨에게 맡겼다. 그러나 요즘 딸이 외손녀를 찾으러 오는 금요일만 되면 모녀는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을 쏟아낸다.
갈등의 원인은 양육법 차이가 크다. 딸은 아기 옷 입히는 법, 밥 먹이는 법, 심지어 이불에 눕히는 방법까지 사사건건 김 씨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김 씨는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당장 너희 집으로 데려 가라’고 하고 싶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시는 김 씨처럼 손주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조부모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16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종로구 중구 등 시내 15개 자치구에서 ‘세살마을 조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올해는 프로그램 운영이 전체 자치구(25개)로 확대되고 수강생 규모도 400명에서 1000명으로 늘어난다. 다음 달 14일 도봉구부터 매달 자치구별로 진행된다.
시가 프로그램 운영을 확대하기로 한 건 최근 불거진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의 대안으로 ‘조부모 양육’이 주목받기 때문이다. 조부모 양육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조부모들이 과거의 기억에만 의존해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가 많아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지곤 한다. 조부모 교육 프로그램은 △아기 응급상황 대처법 △아기 제대로 안는 법 △아기 마사지법 등으로 진행된다. 구마다 총 3회에 걸쳐 강의한다.
하지만 조부모 양육을 활성화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부모가 손주를 키우면 가족 간 유대가 강화되고 사회적 보육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면서도 “빈곤한 노인세대가 많기 때문에 자녀가 돈을 지원하기 어려울 때는 공공에서 ‘양육자 수당’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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