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억’ 한전 입찰비리 6명, 검찰 수사에 빈털터리 신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1일 19시 18분


한국전력 입찰시스템을 조작해 룸살롱에서 ‘큰 손’으로 불릴 정도로 흥청망청한 생활을 즐겼던 박모 씨(40·구속기소) 등 6명이 빈털터리 신세가 될 전망이다.

광주지검은 박 씨 등 6명이 2005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한전 입찰시스템을 조작해 공사 133건을 수주해준 대가로 업자들에게 받은 134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 아파트 4채, 오피스텔 35채, 외제승용차 5대, 부동산, 현금과 예금을 보전 조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이 압류한 아파트 4채는 경기도 분당과 용인에, 오피스텔 35채는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 있고 시세는 40억 여 원 정도다. 검찰은 또 광주·전남소재 부동산들과 외제승용차 5대도 압류했다. 이밖에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금 4억 1650만 원, 예금통장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박 씨 등이 챙긴 134억 원 중 80억 원 정도를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 KDN 협력회사 H사의 직원이던 박 씨 등은 2005년 8월 입찰시스템이 허술하다는 것을 알고 3주일 만에 조작 프로그램을 만든 뒤 ‘업자 1명에게 연간 공사 1건’만 조작해주기로 했다. 또 조작 대가로 받은 검은 돈 전부를 신권 지폐로 받아 완전 범죄를 꿈꿨다. 그러나 박 씨는 2010년경 업자 1명에게 공사 2건을, 지난해에는 업자 1명에게 30건을 몰아줘 꼬리가 잡혔다. 검찰은 박 씨 등이 받은 검은 돈을 분배하기 위해 공사구간, 공사금액 등을 적은 메모지들을 압수해 전체 범죄를 밝혀냈다.

박 씨 등이 전산조작 건수를 크게 늘린 데는 유흥생활이 한몫했다. 박 씨 등은 서울 강남 룸살롱에서 큰 고객으로 통할 정도로 거액을 탕진했다. 또 매달 해외골프 여행을 갈 정도로 호화생활을 즐겼다. 박 씨 등이 유흥비로 탕진한 돈이 수십 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수사 초기에는 “금고에 든 현금 4억 1650만 원은 어머니 돈이다.”, “오피스텔은 가족과 회사 것”이라며 거짓말 했지만 최근에는 검·경 추적을 피하기 위한 차명재산이라고 실토했다. 박 씨 등은 “쉽게 번 돈이라며 흥청망청 썼지만 범죄재산 추징으로 빈털터리가 된데다 중형을 받게 됐다”며 후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은닉재산이 더 있는 추적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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