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표지판 내걸고 “딩하오”…유커들이 점령한 서울 도심 두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명동 화장품 매장 줄지어 쇼핑…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

《 설 명절 연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이 대거 늘어나면서 서울 중구 명동과 을지로 일대는 관광버스와 쇼핑객으로 인해 교통난과 주차난에 빠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612만6865명. 전년도(432만6869명)에 비해 41.6% 늘어난 수치다. 올해에는 총 80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인 이달 18∼24일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12만6000여 명으로 지난해 춘제 연휴에 비해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설에도 도심 일대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  
중국인 몰려든 명동거리 설 연휴인 20일 중국어로 된 환영 깃발이 나부끼는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중국인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중국인 몰려든 명동거리 설 연휴인 20일 중국어로 된 환영 깃발이 나부끼는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중국인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新年快樂(즐거운 새해). 歡迎光臨本店(이 상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명절을 맞아 명동의 상점 곳곳은 이처럼 중국어로 적힌 표지판을 앞세우고 있었다. 한국어도, 영어도 없이 중국어만 기재된 광고 전단도 많았다. 대부분의 상점 직원은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면서 손님을 맞았다. 명동의 한 화장품가게 직원 신모 씨(25·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손이 커서 한 명이 많게는 100만 원어치를 사가니 자연스레 그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매장 직원도 대부분 중국인이다”라고 말했다.

상점들이 ‘중국인 친화적’으로 변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은 환영하고 있다. 중국 난징(南京) 시에서 온 탕룽(湯蓉·34·여) 씨는 “이번에 처음 한국에 왔는데 쇼핑할 때 전혀 불편한 게 없었다. 가는 곳마다 점원들이 중국어를 잘해 굉장히 놀랐다. 다음에도 또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탕 씨는 19일에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신라 롯데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백화점 등을 돌면서 화장품과 가전제품을 샀다. 한국 여행에서 쓴 돈은 총 6만5000위안(약 1143만 원) 정도. 중국에서 받는 월급보다 7, 8배는 많은 금액이다. 탕 씨는 “한국에서 쓴 돈의 절반은 중국에 있는 친구들 부탁으로 대신 쇼핑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에 ‘몸살’ ▼

주차시설 모자라 곳곳 교통정체… 상인들 “간판 가려 피해” 하소연도


줄지은 중국인 관광버스 2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이날은 귀성 차량이 빠져나가 한산했지만 이 일대는 주말이나 연휴 때마다 관광버스가 몰려 교통 혼잡을 빚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줄지은 중국인 관광버스 2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이날은 귀성 차량이 빠져나가 한산했지만 이 일대는 주말이나 연휴 때마다 관광버스가 몰려 교통 혼잡을 빚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중국인 관광객과 함께 이들을 태우고 오는 관광버스도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마땅한 주차공간이 없어서 도심은 교통난에 몸살을 앓았다. 설 연휴를 맞아 명동 일대는 불법으로 주정차한 관광버스로 인해 도로가 꽉 막히곤 했다.

택시운전사 이광일 씨는 “관광버스들이 길가에 멋대로 주정차하는 바람에 제대로 통행할 수가 없다. 교통 흐름에 이만저만 방해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관광버스 운전사 김모 씨는 “관광객을 백화점에 내려주고 나면 기다릴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관광지 인근 상인들도 불만이다. 경복궁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민웅 씨(51)는 “관광버스가 가게 앞에 불법 주정차하면서 간판을 가리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중구 일대는 평소에도 관광버스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남대문경찰서는 명동 일대에 매일 교통경찰 2, 3명을 배치하고 있다. 남대문모범운전자회에서도 주말마다 롯데백화점 인근에서 교통 안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버스의 주정차를 해결할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계속 불법 주정차와 교통정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광지 인근에 주차장을 지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샘물 evey@donga.com·황규락 기자
#유커#중국#명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