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부시-푸틴의 공통점은… 학생시절 운동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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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사회를 바꾼다]<1>리더의 필수조건 ‘스포츠 DNA’

《 대한민국 사회가 지금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리더십이다. 대형 안전사고 때마다 항상 도마에 오르는 것은 미숙한 대응을 불러 온 리더십 부재다. 안전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이러한 리더십을 어떻게 키워내고 있을까. 방법은 스포츠를 통해서다. 이 나라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토대 또한 스포츠를 통해 모든 국민이 어렸을 때부터 몸에 익힌 규칙이다. 》

첫 근대 올림픽인 1896년 그리스 올림픽 때 미국 선수단은 12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미국 아이비리그인 하버드대(7명), 프린스턴대(4명), 컬럼비아대(1명) 학생이었다. 그중 하버드대의 제임스 B 코널리는 육상 세단뛰기에서 금메달, 높이뛰기에서 은메달, 멀리뛰기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프린스턴대의 로버트 개릿 주니어는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땄고 높이뛰기와 멀리뛰기에서는 각각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거둬들인 메달은 500여 개에 이른다.

○ 스포츠를 즐기는 리더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포츠광이다. 고교와 대학 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버드 로스쿨을 다닐 때는 물론이고 대통령 선거 기간에도 농구를 즐겼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였고 그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예일대 야구팀 주장이었다.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은 미시간대 재학시절 미식축구 선수였고, 졸업 후에는 권투 코치와 미식축구 코치를 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도선수 출신이다. 14세 때부터 유도를 한 그는 러시아의 유도 챔피언과 삼보 챔피언을 지냈다. 2002년에는 ‘푸틴과 함께 유도를’이라는 책과 비디오를 펴내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박물관장을 지낸 고 이상백 선생은 대한민국의 두 번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었다. 그는 일본 와세다대 농구부 선수를 거쳐 농구부 감독까지 했다. 이후 일본 농구협회 상무이사, 일본체육협회 전무이사를 지낸 그는 1948년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총무, 1951년 대한체육회 부회장, 1964년 KOC 위원장을 역임했다.

1948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인 다이빙 선수 새미 리는 의학박사로 6·25전쟁 때는 군의관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 기본 가르치는 스포츠


미국의 명문 사학들은 전통적으로 스포츠를 중시한다. 하버드대는 신입생을 뽑을 때 학업 성적 외에도 과외활동, 품성 및 인성, 운동 능력 등 4가지 분야를 평가한다. 특히 중고교 시절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며 주장을 맡은 학생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스포츠를 통해 습득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브라운대와 컬럼비아대, 코넬대, 다트머스대, 프린스턴대, 예일대도 마찬가지다. 리더십과 협동심, 성실성, 사회성, 인내력 등을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학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동부 유명 사립대학교 간의 스포츠 교류 리그다. 1945년 8개교가 1년에 한 번씩 미식축구를 한 것이 아이비리그의 전초전이었다. 1954년 모든 스포츠로 확대되며 아이비리그가 탄생했다. 현재는 남녀 33개 종목에서 매년 8000여 명의 선수가 경기를 벌인다. 아이비리그는 선수의 능력에 따른 장학금은 절대 지급하지 않는다. 선수학생이 아닌 학생선수를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이비리그의 학생선수들은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학업성취도에서 매년 괄목할 성적을 내고 있다.

아이비리그에 학생을 많이 보내는 명문 고교들도 스포츠를 필수 과목으로 정해 인성교육의 한 축으로 활용한다. 이 고교들은 학생들에게 스포츠를 통해 단결력과 절제력, 협동심을 키우고 이기심을 자제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을 배울 것을 강조한다.

미국 대학생들은 4개 그룹 차원에서 스포츠 활동을 즐긴다. NCAA 디비전Ⅰ에 출전하는 엘리트 선수가 있고, 디비전Ⅱ에서 학교 간 친선경기에 출전하는 그룹이 있다. 다음으론 교내 경기로 과별, 학년별로 클럽 대항전이 펼쳐진다. 마지막이 캠퍼스 레크리에이션으로 단순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그룹이다.

하버드대 등 명문대는 스포츠 활동을 해야만 학교의 리딩 그룹에 낄 수 있어 대부분의 학생이 스포츠클럽에 가입해 있다. 미국 대학은 학생들이 수영과 피트니스,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체육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1960년대까지 국내에서도 공부와 스포츠가 따로 떨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국가 주도의 스포츠 육성책이 시작되면서 운동선수 학생과 공부하는 학생이 갈리게 됐다. 학교 체육시간도 줄어들어 공부하는 학생들이 스포츠를 할 시간도 줄었다.

나영일 서울대 교수(체육사)는 “어느 시대나 스포츠는 국가의 인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내려온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말은 신체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제 국내에서도 스포츠를 교육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스포츠는 사회 배우는 ‘인생 축소판’… 협력-결정 과정 겪으며 리더로 성장 ▼

스포츠(운동) 활동 참여는 리더십의 기본 자질을 키워준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스포츠를 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이 나온다. 경기 중에는 용기를 발휘해 밀고 나가야 할 때와 과감히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서로 협력해야 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만 한다. 이런 게 리더십을 키워주는 기본 자질이 된다”고 말했다.

○ 리더십 성공 피라미드

미국 스포츠계에서 존경받는 고 존 우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농구팀 감독은 리더십의 핵심으로 꼽히는 성공 피라미드를 만들었다(그래픽 참조). 약체 UCLA 농구팀을 맡아 12년 동안 88연승, 10회의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전미대학농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그는 “농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며 “농구를 통해 사회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성공 조건은 단순하다. 운동을 잘하기 위해선 평소 생활에서부터 기본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만든 성공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5개 블록은 근면성과 우정, 충성심, 협동심, 열정이다. 그 위 4개 블록은 자제력과 기민함, 진취성, 집념이다. 우든 감독이 강조한 우리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들이다. 김 교수는 “15개의 성공 피라미드에서 가장 밑 두 계단의 9개 블록이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걸 잘하는 선수는 성공하고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스포츠를 통한 자존감 상승

리더십에서 자존감은 중요하다. 스스로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인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R J 손스트룀과 W P 모건은 1989년 신체 능력 향상이 자존감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모형을 개발했다. 그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벤치프레스의 무게를 올리면서 운동을 시키는 실험을 통해 근육이 생기고 힘이 좋아질수록 자존감이 상승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케네스 폭스는 이 모델을 더 발전시켜 1990년 스포츠 유능감과 근력, 지구력, 외모가 신체적 자존감을 상승시켜 결국 전체적인 자존감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김경원 서원대 교수는 2003년 ‘규칙적인 운동이 신체적 자기개념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서 12주간 운동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 운동한 그룹의 자존감 향상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오바마#부시#푸틴#운동#스포츠#리더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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