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남 화순군 이서면 달구리 마을 뒷산에는 무등산 계곡의 물줄기를 이용하기 위해 설치한 보(洑) 흔적이 남아 있다. 해발 300∼400m 다랑논에 물을 대기 위해 도랑을 파면서 생긴 이 수로를 주민들은 ‘봇도랑’이라 부른다. 봇도랑과 다랑논은 14세기 진주 강씨와 광산 이씨가 마을에 정착하면서 조성돼 6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봇도랑의 보는 1t 이상 거대한 바위로 만들었다. 봇돌 사이로 물이 흐르게 하고 일정 수위 이상 되면 넘치도록 해 수량을 조절했다. 다랑논은 무등산 중턱 등 고지대 휴경지를 비롯해 산비탈에 아름다운 곡선으로 펼쳐져 있다.
#2. ‘녹차 수도’라 불리는 전남 보성에서 차 재배가 시작된 건 통일신라시대부터다. 보성군 득량면 일대에는 수령 1500년이 넘는 차나무가 있을 정도로 보성은 오랫동안 국내를 대표하는 차 생산지였다. 1939년에는 전국 최초로 활성산 자락에 30ha의 대규모 차밭이 만들어졌고 1970년대에는 계단식 차밭 500여 ha가 조성됐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제주도, 경남 하동, 사천 등지와는 다르게 보성은 계단식 녹차밭을 유지하고 있다. 찻잎을 따고 덖는 등 고단한 일을 주민들이 나눠서 하는 자발적 지역공동체는 농업 유산으로 가치가 높다. ○ 전통 농어업 자원 발굴
농도(農道) 전남이 역사성과 보전 가치가 높은 농업 자원을 발굴해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전통 농어업 자원을 보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하기 위해서다.
전남도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2015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사업에 보성 계단식 차밭과 화순 봇도랑·다랑논 등 2곳을 신청했다. 현재 전남 2곳과 충남 금산 인삼농업, 전북 김제 지평선 논농업·관개 시스템, 경남 하동 야생 차나무 군락 등 5곳이 신청했다. 농식품부는 현장 조사와 전문가 심의를 거쳐 농업유산을 선정할 예정이다. 10일 현장 조사를 벌인 윤원근 국가중요농업유산 심의위원장은 “달구리 마을 봇도랑과 다랑논은 선조들이 만든 훌륭한 수리 시스템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묻혀 있는 봇도랑을 앞으로 어떻게 복원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농업유산을 2013년부터 매년 2곳씩 선정하고 있다. 농업유산에 선정되면 보전·관리 사업비로 3년간 15억 원(국비 70%, 지방비 30%)이 지원된다.
○ 농업유산 등재 프로젝트
전남은 현재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4곳 가운데 3곳을 보유하고 있다.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을 비롯해 구례 산수유 농업과 담양 대나무밭 등이다. 나머지 1곳은 제주 흑룡만리 돌담밭이다. 이 중 청산도 구들장 논과 흑룡만리 돌담밭은 지난해 4월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 지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도 등재됐다.
농식품부는 2020년까지 국가중요농업유산 25곳을 지정하고 이 중 10곳 이상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전남도는 2013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남도중요농업유산 제도를 만들었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농업유산을 찾아내 보전하고 국가중요농업유산과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준비하는 프로젝트다. 전남 22개 시군에 농업유산 담당자가 정해지고 이들이 각 지역에 숨겨져 있는 농업유산을 발굴했다. 바다와 갯벌에서 전해 오던 어업유산도 함께 발굴하면서 지역 농어업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전남도가 지정, 관리하고 있는 농어업유산은 신안 갯벌 염전, 장흥 개매기 어장, 무안 회산 백련지, 영광 염전, 고흥 김 양식장 등이다.
박균조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도 중요농어업유산을 더욱 늘리고 이를 농가 소득으로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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