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미세먼지 공포 휩싸여… 23일 서울 역대 5번째 높은 농도
3월초까지 황사 잦아… 노약자 주의
부산에 사는 회사원 김병수 씨(40)는 23일 오전 주차된 승용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차량 지붕과 유리에 누런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던 것. 설 연휴가 끝난 이날 김 씨의 큰딸(9)은 공부방에, 작은딸(4)은 어린이집에 가야 했다. 김 씨는 두 딸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작은딸이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김 씨는 스마트폰 액정화면에 묻은 먼지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갓 돌이 지난 아들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출근한 이미선 씨(29·여)도 하루 종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1시간마다 집에 전화해 아이의 건강 상태를 묻고 “오늘은 절대 외출하지 말라”고 어머니에게 신신당부했다.
23일 한반도 전체가 황사가 불러온 ‘미세먼지 포비아(공포증)’에 휩싸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서울의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1044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경우 관측 역사상 다섯 번째로 높았다.
서울 송파구 삼전 제2경로당은 한산했다. 박정분 씨(78·여)는 “평소 경로당에 30명 가까이 오는데 오늘은 절반도 안 왔다”며 “‘외출하지 말라’는 자녀들의 성화에 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강남 등지에는 마스크를 쓴 채 종종걸음을 치는 직장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기 용인시와 화성시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이날 생산라인에 들어갈 때 거치는 ‘에어샤워’ 시간을 평소 15초에서 2배인 30초로 늘렸다. 또 라인 내 발먼지 제거 패드의 교체 주기를 평소 3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했다.
기상청은 23일 봄철(3∼5월) 날씨를 전망하면서 황사 발생일수는 평년(5.2일)과 비슷하겠지만 초봄인 3월 초까지는 황사가 자주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이 3월 초까지 잦은 황사를 예상한 이유는 내몽골과 중국 북동지역 등 황사 발원지가 고온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덮여 있는 눈도 평년보다 적기 때문이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24일에도 경상도 일부 지역을 뺀 전국 곳곳에서 옅은 황사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몽골과 중국에서 추가로 황사가 발생되지 않아 이번 황사는 25일경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4일 미세먼지(PM10·지름 10μg 이하의 먼지) 농도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10개 권역이 23일의 ‘매우 나쁨’보다 다소 나아진 ‘나쁨’(24시간 평균 m³당 81∼150μg) 수준으로 예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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