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 사람]14대 조부와 손자의 432년 인연 화제 “조상의 얼 이어 지역 상생협력 앞장서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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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이전 한전 김시호 본부장
나주 유적지 배전설비 사업 맡아

김시호 한전 영업본부장이 나주목사 내아에 있는 14대 조부의 이름이 붙여진 ‘김성일방’ 앞에서 선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시호 한전 영업본부장이 나주목사 내아에 있는 14대 조부의 이름이 붙여진 ‘김성일방’ 앞에서 선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주 목사(牧使)를 지냈던 14대조 할아버지가 저를 이곳으로 이끌어주신 것 같아요. 조상이 맺어준 인연이라 생각하고 지역 상생협력사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432년 전 조상이 목민관으로 부임해 선정을 베풀었던 전남 나주에서 후손이 관아 등 유적지를 가꾸고 보존하는 일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공사 김시호 영업본부장(56). 그는 한국전력의 지역 상생협력사업 중 하나인 원도심 역사유적지 배전설비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 사업의 총괄 책임자다.

김 본부장의 선조는 1583년 8월부터 3년간 전라도 도읍인 나주목을 다스렸던 학봉 김성일 목사(1538∼1593)다.

김 목사는 재임 기간 나주지역 최초의 사액서원인 대곡서원을 금성산 기슭에 세워 김굉필 조광조 이황 등을 제향하고 선비들을 학문에 전념하게 했다. 나주목 관아 정문인 정수루에 백성의 억울함을 듣는 신문고를 설치하는 등 선정을 베풀었으나 나주 사직단(社稷壇) 화재에 책임을 지고 1586년 사직했다. 2년 후 통신부사로 일본에 파견됐다 돌아와 일본이 침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파직되기도 했다. 그는 류성룡 등의 건의로 1592년 경상도초유사로 임명돼 격문을 돌려 의병을 모으고 피폐해진 경상도의 행정을 바로잡는 데 기여했다.

나주시는 목사 시절 그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2008년 목사 관아였던 내아에 김성일의 이름을 붙인 방을 한옥 체험장으로 꾸며 개방하고 있다. 관아 정문에 설치됐던 신문고는 제야 때 북을 치는 ‘정수루 북 두드림 제야행사’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조상의 손때가 묻은 관아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기회가 되면 일일 명예시장도 하고 싶다”며 웃었다.

김 본부장이 벌이는 사업은 총 60억 원을 들여 금성관과 역사유적지가 많은 중앙로 주변에 내년 9월까지 첨단공법으로 3가지 모델의 지중화 특화거리(3.9km)를 조성하는 것이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껏 나주에 온 적이 없는데 한전이 이전하면서 선조와 연을 잇게 됐다”며 “조상의 얼이 배어 있던 거리를 보존하고 정비하는 사업을 맡아 뿌듯하기도 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김시호 본부장#나주#배전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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