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체육’ 예산 확보… 동호인-선수 함께 뛰는 대회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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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체육단체 2017년 통합]
엘리트-생활체육 ‘장벽’ 지적에도… 서로 흡수통합 우려해 논의 외면
문체부 앞장서 ‘25년 갈등’ 봉합… 통합 과정서 주도권 다툼 우려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체회)의 통합 논의는 국체회가 탄생한 1991년부터 제기돼 왔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뒤 대한체육회 관계자가 “과거부터 통합을 주장해 왔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동안 두 단체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분리해 맡으면서 두 분야의 유기적인 연계 발전이 어려웠다. 같은 종목이라도 엘리트 선수와 스포츠 동호인이 따로 놀다 보니 ‘풀뿌리 체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체육 관련 예산은 엘리트 선수들에게 집중됐고 생활체육은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다. 또한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담당하는 단체가 하나인 대부분의 스포츠 선진국과 달리 각각의 단체로 분리돼 있다 보니 국제스포츠기구와의 관계도 혼선을 빚는 일이 잦았다. 국체회 출범 직후부터 통합 얘기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두 단체는 통합의 당위성에는 동감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상대방에 흡수 통합될 것을 우려해 구체적인 논의를 외면해 왔다.

하지만 두 단체가 통합하면 이러한 문제들은 상당수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엘리트 선수와 동호인들이 함께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 단체와 생활체육회 산하 단체가 각각 대회를 열었지만 통합 이후에는 같은 단체가 대회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해 회비를 모아 운영해 온 생활체육동호회들이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생활체육 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대 효과에도 그동안 통합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태생부터 다른 두 단체의 특성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의 역사는 대한민국 정부보다 길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창립된 조선체육회를 모체로 하는 대한체육회는 1938년 일본의 강압으로 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광복과 함께 1945년에 재발족한 조선체육회는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1946년 대한체육회 안에 올림픽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올림픽은 국가가 아니라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자격으로 출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국체회는 1990년대에 출범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체육 활동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게 배경이 됐다. 1989년 11월 ‘호돌이 계획(국민생활체육진흥종합계획)’을 바탕으로 1990년 7월 처음으로 시군구 생활체육협의회가 결성됐고, 1991년 사단법인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창립총회를 거쳐 정식 출범했다. 2009년 6월부터 지금의 명칭을 쓰고 있다.

두 단체는 2009년 큰 갈등을 겪었다. 사단법인이던 국체회의 법정 법인화 추진 움직임에 체육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법정 법인이란 특별법이 정하는 특수법인을 말하는데 국체회가 법정 법인이 되면 국가 및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확보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체육회는 당시 “국체회가 법정 법인이 되면 국제 업무를 강화할 게 뻔하다. 그럴 경우 국제 업무가 충돌해 스포츠 외교에 혼선이 발생한다”며 법정 법인화를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과 함께 국민생활체육진흥법이 하루 앞서 제정되면서 국체회는 숙원이던 법정 법인화를 이루게 됐다.

통합 논의는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체육 발전을 위해서는 두 단체의 통합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두 단체를 물밑에서 꾸준히 설득하며 사전 정지 작업을 해 왔다. 지난달 15일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체육 단체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문기구인 ‘스포츠 3.0위원회’를 출범시키는데 여기서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밝히며 두 단체의 통합을 예고했다. 통합 시기를 2017년으로 정한 것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당장은 두 단체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생활체육에 기반을 둔 엘리트 체육’이라는 큰 방향은 잡았지만 과제는 산적해 있다. 대한체육회가 23일 “국민생활체육회가 체육단체 통합에 대한 이행을 보증하지 않는 한 그간 논의된 체육단체 통합은 원천무효”라며 “국체회의 법정 법인화를 인정하는 생활체육진흥법의 제정도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부터 심상치 않다. 24일 심의를 앞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체육회를 다독여 법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향후 구체적인 통합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 주는 예고편인 셈이다. 통합 단체의 수장을 뽑는 데 정부가 개입할 경우 체육인들 사이에서 다시 분리 얘기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민석 의원실 관계자는 “진짜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두 단체가 이제까지 그래 왔듯 서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한다면 무늬만 통합인 ‘한 지붕 두 가족’이 될 수밖에 없다. 서로 양보한다는 생각으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풀뿌리 체육#예산#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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