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화장실에 퍼진 ‘의문의 냄새’…119까지 출동한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5일 17시 34분


24일 오후 6시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한 공장 사무실 화장실에 갑자기 의문의 냄새가 퍼졌다.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은 “화장실에서 화학약품 같은 거북한 냄새가 난다”고 119에 신고한 뒤 황급히 대피했다. 가스 누출 사고 우려에 소방차 등 방제차량 15대, 소방관·경찰관 등 63명이 출동했다. 화학사고 정부 합동 대응기관인 여수화학재난 합동방제센터 직원들은 화장실에서 5시간 동안 냄새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정밀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화장실 공기를 채취해 분석했지만 화학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이어 공장 주변을 따라 설치된 오폐수관로 300m에 설치된 덮개 5개를 열어보니 화장실에서 난 의문의 냄새와 동일한 악취가 났다. 냄새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이었다. 합동방제센터는 화장실 정체불명의 냄새는 관로를 따라 흐르던 오폐수의 악취가 기압, 온도 변화 등으로 인해 화장실로 역류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찔했던 긴급출동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1967년 첫 삽을 뜬 여수산단은 3166만㎡에 화학공장 118개가 밀집된 국내 최대 화학공업단지로 간혹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여수산단 오폐수는 공장 자체 정화시설에서 1차 처리된 뒤 거미줄처럼 얽힌 관로를 따라 흘러 인근 폐수종말처리장에서 2차 처리된다. 합동방제센터 한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각종 화학사고에 대한 교육으로 안전에 대한 의식이 강화 된데다 오폐수 악취를 가스로 착각해 일어난 것”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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