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 괴롭힘 시작되는 탐색기
“또 찍히면 학교 어떻게 다니나”… 폭력 겪어본 아이들 공포감 극심
#1.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밀었는데도 꿈쩍하지 않았다. 식은땀이 흘렀다.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그 아이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2. 수업 중에 선생님이 발표를 시켰다. 시작하자마자 교실 뒤편에서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기분 나쁜 비웃음은 발표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박예은(가명·15) 양의 2014년은 끔찍했다. 기억하기 싫은 중학교 2학년 시절이었다. 같은 반 학생 5명이 집요하게 예은이를 괴롭힌 것이다. 집단 괴롭힘은 1년 내내 은밀하게 이어졌다. 이들은 교실이나 복도에서 수시로 예은이의 몸이나 책상을 치고 다녔다. 쓰러질 듯 강한 충격에 “억” 하는 소리를 내면 웃으며 “어, 미안”이라고 발뺌하는 식이었다. 아이들은 수첩 모서리에 낙서하는 예은이의 버릇을 따라 하며 ‘버거(버러지+거지)소녀’라고 놀렸다. 보다 못한 예은이 어머니가 담임선생님을 만나 하소연했다. 그러나 “주의 깊게 봤지만 딱히 학교폭력이라 할 정황이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악몽 같은 1년이 지나고 얼마 전 3학년 반 배정 결과가 발표됐다. 집단 괴롭힘의 주동자는 박 양과 다른 반이었다. 그러나 두 명은 같은 반이 됐다. “새 학년에는 제발 찍히지만 않게 해주세요”라던 예은이의 기도는 좌절될 가능성이 커졌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은 이른바 ‘탐색기’다. 아이들은 서로의 ‘깜냥(능력)’을 재면서 누가 반의 실력자가 될지, 혹은 ‘찌질이’가 될지를 가늠한다. 이 과정에서 폭력과 괴롭힘은 절정에 이른다.
경찰청 117학교폭력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2월 3910건이던 학교폭력 신고는 3월 7184건으로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불안에 떠는 예은이를 바라보며 예은이 어머니가 선택할 길은 그리 많지 않다. “일단 한 달간 지켜보고요. 만약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전학이라도 가야 할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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