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위헌 결정, 뭐가 달라질까? “외도 증거 직접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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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2월 27일 10시 17분


간통죄 위헌 결정. 사진=동아일보 DB
간통죄 위헌 결정. 사진=동아일보 DB
간통죄 위헌 결정

결혼한 사람의 혼외(婚外) 정사를 도덕적 영역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간통(姦通)죄로 형사 처벌해 온 형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로써 6·25전쟁 직후인 1953년 9월 형법 제정 당시부터 포함된 간통죄 조항은 62년 만에 효력을 잃었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간통한 배우자와 그 상대방을 모두 벌금형 없이 2년 이하의 징역에만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241조는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등을 받아들여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 위헌 결정에 따라 가장 현실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배우자 외도가 의심될 때의 대처법이다. 그동안은 경찰과 동행해 범죄를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간통 현장에 합법적으로 들어가 유전자 증거를 확보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지만 이젠 개인이 직접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심부름센터가 성황을 이룰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사상 손해배상 재판은 형사 재판보다 증거를 폭넓게 인정해주는 편이라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모텔이나 집 등에 들어가는 장면만 촬영해도 외도 증거로 삼을 수 있다. 통상 위자료 액수가 부정행위의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증거를 수집해 재판부에 제출해야 위자료를 높일 수 있다. 서울의 한 판사는 “키스하는 사진과 모텔 들어가는 사진, 성관계하는 사진은 위자료 책정할 때 증거 능력에 각각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출동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확실한 외도 증거를 확보하려면 자기 비용을 들여야 한다. 외도 증거를 확보하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불법을 저지르는 사례가 많아질 수도 있다. 간통이 범죄가 아닌 이상 함부로 간통 현장에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댔다간 주거침입이나 성폭력특례법 위반 등으로 도리어 고소당할 수도 있다.

그동안 간통죄는 외도한 배우자에게 형사상 책임을 지우거나 간통죄 고소를 취소해주는 조건으로 위자료를 대폭 올리는 식의 협상카드로 쓰여 왔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정신적 피해를 안겨준 외도에 대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만큼 위자료를 높게 책정할 거라는 관측과 유책 배우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민사재판에서 책임이 경감돼 위자료가 줄어들 거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일각에선 간통죄 폐지가 여성에게 불리할 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간통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남녀 비율 통계가 없어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의외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는 법조계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이번에 헌법재판 대상이 된 간통 사건 위헌 청구인 21명 중 14명이 여성이었다.

간통죄 위헌 결정. 사진=동아일보 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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