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아동복지… 시설관리 지자체에 넘기고 지출도 태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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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시군구 42%는 아동복지시설 없어… 국가가 관리맡은 노인시설과 대조

아동 복지는 전체 복지제도 중에서도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분야로 꼽힌다.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 1만5000여 명이 머무는 전국 281개 아동복지시설이 대표적이다. 현재 노인, 장애인, 정신요양시설은 국가가 환수해 직접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시설은 국가 소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아동복지시설의 국가 환원을 추진했지만 약 2000억 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 때문에 국회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동복지시설은 노인, 장애인 등 다른 복지시설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실제로 전국 시군구의 42%에는 아동복지시설조차 없다. 아동 학대, 부모의 부재 등에 따라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발생해도 타 지역으로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동복지시설을 국가가 아닌 지자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서비스 수준에 차이가 큰 편이다. 지자체마다 아동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보육사의 임금도 달라 서비스 격차가 크다. 예를 들어 보육사 평균 연봉은 경북은 2900만 원에 이르지만 광주는 2400만 원에 불과하다.

김문식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아동은 복지가 가장 필요한 취약 계층이다. 노인, 장애인 시설은 국가 책임인데 아동만 국가가 관리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복지 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아동시설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절대적인 아동복지 지출 자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서유럽 복지국가들은 복지 구조조정 속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인 아동 청소년(6∼18세)에 대한 복지 지출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동 청소년에 대한 복지 지출이 노인과 영유아(0∼5세)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모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영유아와 노인 복지에 비해 아동 청소년 복지에 무관심한 경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아동복지 지출을 1990년 1.6%에서 2009년 2.3%까지 늘린 반면에 한국은 0.8%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지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국내 아동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OECD 30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방과 후 시간을 혼자 보내는 비율도 20%에 이른다. 조너선 브래드쇼 영국 요크대 교수는 “유년 시절에 행복하지 못한 인재는 불완전한 성인이 될 위험이 크다”며 “필리핀이 1970년대 이후 성장하지 못한 것이나 일본이 최근 성장 동력을 잃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동 투자에 대한 인식 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아동복지#아동복지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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