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수사기관이 요구하는 ‘통신자료(개인정보)’ 제출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수사기관이 아닌 법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도 영장 없이 이통사에 통신자료를 요청해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수사뿐 아니라 재판과 선거관리 업무까지 차질이 발생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신자료’란 휴대전화 번호나 가입자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한 통화기록과 달리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이통사가 임의로 제공해 왔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엔 검사, 국세청 또는 수사기관의 장 이외에 법원이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주요 기관으로 적시돼 있다. 민형사 소송에서 검사와 피고인, 원고와 피고의 주장이 엇갈릴 때, 법원은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통신자료를 종종 활용한다. 재판 당사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직권으로 통신사에 자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가령,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돈을 떼인 피해자가 형사 고소와는 별개로 사기꾼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려 해도 피해자는 사기꾼의 ID나 전화번호 등 제한된 정보밖에 없다. 이럴 때 피해자는 법원에 “가해자가 누군지 특정하기 위해 통신사에 통신자료를 받아 달라”고 할 수 있으며 판사는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이통사에 자료 제출을 요청하게 된다. 핵심 증인 출석이 필요한데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에도 법원은 이통사에 도움을 요청한다.
형사소송에선 피고인이 검사의 공소 사실에 맞서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통신자료를 이용할 때도 있다. 명예훼손, 협박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범행에 사용된 자신의 ID, 전화번호를 다른 사람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이통사와 인터넷 사업자에게 자료를 받아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사례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아닌 공직선거법 272조에 따라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받아 볼 수 있다. 이 법엔 정보통신망이나 전화를 이용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발이 되면 법원의 승인을 얻어 해당 이용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이통사에서 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 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을 게시하거나 e메일을 전송한 사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사람의 개인정보와 전송 건수’ 등은 법원 승인 없이 바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있다. 선관위는 선거철엔 수시로 제보를 받아 허위, 비방 문자메시지를 신속하게 추적하는 데 이 조항을 활용하고 있다.
법원과 수사기관은 이통사들이 통신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강제할 근거가 없고, 선관위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만약 선관위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과태료 취소 소송으로 맞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이날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직선거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전기통신 관련 법제 전반에 대한 개정안 마련에 나섰으며, 국회 미방위는 조만간 관련 법 개정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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