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견물생심 주부, 버린 ‘검은띠 종이컵’탓 덜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3시 00분


현금지급기에 있던 40만원 슬쩍… 경찰, 다른 은행용 컵 밝혀내 추적

지난달 2일 오전 11시 반 광주 북구의 한 은행. 주부 A 씨(42)가 현금지급기에서 40만 원을 인출한 뒤 카드만 챙겨 은행을 나갔다. 이어 돈을 찾으려던 다른 여성이 현금지급기에 남아 있던 40만 원을 발견해 서둘러 챙겨 갔다. 잠시 후 A 씨가 은행으로 돌아와 현금지급기를 살펴봤지만 40만 원은 이미 없어진 뒤였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광주 북부경찰서는 돈을 챙겨 간 여성이 이 은행에서 금융거래를 전혀 하지 않아 인적사항을 찾아낼 수 없었다. 현금지급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도 분석했지만 화면이 흐릿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화면 속의 여성이 들고 있던 일회용 종이컵이 일반 종이컵과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종이컵 밑 부분에 0.2cm 굵기의 검은색 띠가 그려져 있었던 것.

경찰은 검은색 띠가 있는 종이컵을 쓰는 자판기를 찾아다녔다. 주변 은행 등 10여 곳을 돌아다니던 중 인근 한 은행의 자판기에 검은색 띠의 종이컵이 쓰인다는 걸 밝혀냈다. 경찰은 이 은행 CCTV를 분석해 B 씨(45·여)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B 씨는 이 은행에서 현금을 입금하는 바람에 인적사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경찰은 3일 B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B 씨는 “견물생심으로 40만 원을 챙긴 순간 겁이 나 서둘러 은행을 나왔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견물생심#검은띠 종이컵#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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