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인사 대신 공무원 전진배치 ‘박원순표 정책’ 성과내기 포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3시 00분


서울시장 비서진 대폭 교체… 미디어-정책수석실 폐지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진이 대폭 교체됐다. 2011년 보궐선거 때부터 박 시장과 함께한 측근들이 대거 경질되거나 자리를 옮긴 것이다. 반면 시 공무원들이 전진 배치됐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3일 시에 따르면 시민운동 때부터 박 시장과 인연을 맺은 천준호 비서실장이 자리에서 물러나 정무보좌관으로 옮긴다. 비서실장에는 서정협 정책기획관이 4일 임명된다. 문호상 미디어수석과 김원이 정무수석은 하차했다. 서왕진 정책수석은 정책특보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비서실 조직도 축소됐다. 대변인실과 기능이 중복돼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미디어수석실과 민선 6기 주요 정책을 추진해 온 정책수석실은 폐지된다. 광고회사 출신으로 두 번의 선거에서 박 시장의 홍보를 담당했던 문 수석은 이미 지난달 설 연휴 직전에 사표를 제출했다. 정무수석실은 유지된다. 그러나 1월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령 의혹 뒤 사의를 표명한 김 수석의 후임은 미정이다.

박 시장이 대대적으로 비서실 조직 및 인적 쇄신에 나선 것은 ‘점령군 같다’는 시 내부의 불만을 다독이는 한편 민선 6기 정책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정책수석실이 직접 일을 챙기면서 실·국 공무원의 권한이 약화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동남권 국제교류지구 개발 등 이른바 박원순표 정책이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것.

비대해진 비서실 탓에 시장과 직접 소통이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대변인실 정무수석실 미디어수석실 등 3곳이 홍보 등 대외 소통에 나서면서 혼선이 빚어진다는 불만도 컸다. 특히 ‘서울시민인권헌장’ ‘호화 공관’ ‘낙하산 인사’ 등 잇단 논란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시정의 무게중심은 비서진에서 공무원으로 옮아갈 것으로 보인다. 실·국장 책임제가 도입되고 매주 시장이 주재하는 정례회의가 열린다. 실·국장이 연초 업무보고를 할 때 약속한 사업과 정책의 추진 정도를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박 시장이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상황에서 시정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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