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만원 숨겨놓고 잊었는데…” 80대 주인에 돈 찾아준 3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16시 25분


지난달 28일 오후 3시 경 대전 대덕구 회덕파출소에 회사원 김모 씨(35)가 검정색 비닐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김 씨는 경찰에게 “봉투 안에 450만 원의 현금(350만원)과 수표(10만 원 권 10장)가 들어있다”며 자신이 세들어 사는 집에 전에 살았던 사람에게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전 세입자가 누군지 알 수 있도록 이사한 뒤에 온 우편물도 함께 건넸다.

경찰은 우편물에 있는 인적 사항을 토대로 전 세입자였던 남모 씨(82)를 찾아 나섰다. 처음 이사했던 집으로 연락을 했으나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해버렸다. 이어 “남 씨가 신장이 좋지 않아 투석을 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토대로 병원을 탐문해 가까스로 그를 찾아냈다.

경찰에 따르면 중소 전자회사에 다니는 김 씨는 2년 만에 이사를 가기 위해 가스레인지를 들췄다가 비닐봉투를 발견했다. 혼자 살면서 거의 가스레인지 사용할 일이 없어 그제야 발견한 것. 그는 봉투 안에 든 돈을 보자 나이 많고 생활이 어려워 보였던 전 세입자 할아버지가 떠올라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남 씨는 “도둑에게 들킬까봐 가스레인지 밑에 돈을 숨겨뒀다. 건망증이 심해 어디다 뒀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 다니기가 번거로워 돈이 생기면 집안에 숨겨 놓곤 했다. 김 씨는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했다. 특별한 직업 없이 혼자 사는 남 씨는 “어려운 형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감사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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