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잘못을 세 번이나 눈감아주기란 스님도 쉽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서울 노원구 불암산의 한 사찰. 대웅전에 들어서던 주지스님은 문손잡이가 부서진 것을 발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웅전 속 불전함은 누군가 뜯어낸 듯 열려 있었다. 사라진 돈은 약 20만 원.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러 사무실로 향하는 순간 스님의 뇌리를 스치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약 2주 전 불전함의 돈을 훔치려다 현장에서 잡힌 백모 씨(44)였다.
스님이 백 씨를 처음 본 건 지난달 9일이었다. 만취한 상태로 절에 온 백 씨는 술값에 보태 쓸 생각으로 불전함을 뜯다가 스님에게 덜미가 잡혔다. 그는 불전함 주변에 소변을 보기도 했다. 경찰이 확인해보니 같은 달 2일 똑같이 불전함을 뜯어 10여만 원을 훔친 것도 백 씨의 소행이었다. 백 씨는 입건됐지만 스님은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본인의 죄를 스스로 뉘우치기 바라는 마음에 경찰에 선처를 부탁했다.
그러나 CCTV 등을 통해 백 씨의 세 번째 범죄를 확신한 스님은 더 이상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 스님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가자 백 씨는 3일 스스로 경찰서를 찾았다. 스님은 “개과천선을 위해 두 차례 범행에 대해 선처까지 부탁했는데 또 같은 잘못을 저질렀고 이번엔 대웅전 문까지 파손시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백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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