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직업 없이 도박장을 전전하던 이모 씨(41)는 1월 초 지인에게서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골동품 수집가로 유명한 안모 씨(61)가 수십억 원 상당의 골동품을 팔기 위해 구매자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친구 2명과 함께 ‘작전’을 짰다.
이들은 안 씨에게 전화를 걸어 “부산 해운대 ○○호텔 객실에 진열해 놓으면 보러 가겠다”고 했다. 안 씨가 며칠 뒤 예약하고 호텔 방 번호를 알려주자, 이들은 8층의 안 씨 방 바로 옆과 위층 객실 등 방 2개를 몰래 예약했다.
1월 29일 오후 6시 45분경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안 씨가 방을 비우자 옆방에서 대기하던 이 씨는 난간을 타고 안 씨 방에 들어갔다. 화병, 그릇 등 골동품을 주머니에 담아 9층에서 내린 로프에 매달았다. 위층 방에 있던 나머지 2명은 로프를 끌어올려 물건을 갖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이날 오후 8시경 일당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근처 다른 호텔에 모였다. 하지만 헛된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들이 부른 골동품 감정사가 훔친 골동품에 대해 진위를 가리지 못한 것. 고민 끝에 이들은 골동품을 호텔 근처 화단에 버리고 달아났다.
경찰은 호텔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3일 이들을 모두 검거해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피해자 안 씨는 “아마 가짜 골동품이라고 착각한 것 같은데 실제 수십억 원의 가치가 있는 진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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