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도 ‘노동자’… 근로계약서는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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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3월의 주제는 ‘정직’]<41>최저임금-수당 제대로 지급해야

‘알바몬’(www.albamon.com)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근로조건을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제작한 광고. 알바몬 광고 캡처
‘알바몬’(www.albamon.com)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근로조건을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제작한 광고. 알바몬 광고 캡처
“근로계약서 작성과 계약 준수는 정직한 고용의 첫걸음입니다.”

지난해 8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커피숍을 찾아 아르바이트생들과 맺은 근로계약서를 요구했다. 당황한 표정으로 한동안 서랍 속을 뒤지는 척하던 업주는 결국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음을 실토했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업주 상당수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은 임금을 깎거나 지급하지 않았을 때 근거가 되는 서류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지방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김모 씨(21)는 근로계약서는 썼지만 점장이 이를 지키지 않아 낭패를 당했다. 하루 4시간씩 일하기로 했지만 손님이 적을 때 점장이 “오늘은 일이 없으니 1시간 일찍 퇴근하라”고 했던 것. 별 생각 없이 지시에 따른 김 씨는 한 달 뒤 월급을 받고 깜짝 놀랐다. 1시간 일찍 퇴근한 날을 일일이 계산해 당초 약속한 임금보다 적게 지급했던 것이다. 김 씨는 이런 행위가 속칭 ‘꺾기’로 불린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는 “자기가 일찍 보내놓고 그 시간만큼 임금을 줄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하지만 당장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도 곤란해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이기 때문에 채용할 때는 근로시간과 시간당 임금(최저임금 이상), 휴게시간(4시간 근무마다 30분),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은 통상임금의 150% 이상) 등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꼭 작성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는 물론이고 고발 등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근로계약서는 ‘정직한 고용’의 첫걸음이다. 하지만 상당수 업주가 임금을 떼먹거나 중간에 해고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고용노동청이 서울시내 커피전문점과 프랜차이즈 가맹점 242곳을 점검한 결과 28곳은 근로계약서를 아예 쓰지 않았고 131곳은 계약한 임금이나 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중장년층이 대거 아르바이트에 나서면서 부당한 처우를 받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최모 씨(55·여)는 2년 전 한 음식점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 8시간씩 일을 했다. 저녁에 손님이 밀려들 때는 하루 두세 시간씩 초과근무를 했고 휴일에도 근무하기 일쑤였다. 과로 탓에 건강이 나빠진 최 씨는 최근 퇴직하면서 “그동안 못 받은 수당을 조금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업주는 “그런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최 씨는 분한 마음에 노무사에게 상담도 받아보고, 고용노동청에 신고도 해봤지만 “초과근로와 휴일근로를 했다는 내용과 증거가 없어 받아내기가 힘들 것”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임서정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각종 계약 및 법을 준수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정직”이라며 “업주들의 부정직한 행위는 아르바이트생 등 사회적 약자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알바#근로계약서#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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