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자 대거 지원… 합격선 531점 예상” 뻥튀기 대입정보 유포
20대 수험생 위조공문서행사 혐의 입건
가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공개하고, 부풀려진 서울대 합격선 정보를 유포해 경쟁자들의 하향 지원을 유도한 수험생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의 한 사립대 경영학과 4학년 황모 씨(24)를 위조공문서행사 혐의 등으로 형사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대 정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한 입시 관련 사이트에 자신과 수험생 70여 명 등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서울대 경영대와 사회대에 지원할 것이며 합격선은 각각 531점과 528점(수능 표준점수 만점인 800점 기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해당 커뮤니티 수험생들은 황 씨의 글에 근거가 없고, 고득점 수험생들도 실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황 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자신의 수능 성적표를 공개했지만 이는 가짜였다. 황 씨의 성적표에 찍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직인이 다른 수험생들의 성적표에 찍힌 직인과 글씨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1월 초 한 수험생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다니던 학교에 만족하지 못한 황 씨는 서울대 경영대 진학을 위해 지난해 11월 수능을 봤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황 씨의 성적은 510점(표준점수)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수험생들의 하향 지원을 유도했다. 그럼에도 황 씨는 서울대 경영대 정시 모집에서 낙방했다. 황 씨는 “성적표를 직접 위조하지 않았다. 5만 원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구입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위조 성적표를 건네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토대로 성적표 위조업체 등 공범 여부를 수사 중이다.
실제로 수능 성적표 위조는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에 광고를 올린 한 위조업자에게 e메일로 수능 성적표 위조를 의뢰하자 “30만 원이면 가능하다. 안전을 위해 무통장 송금을 부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수험번호와 성명, 시험일자 등의 정보만 알면 즉시 위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업자는 토익성적표(35만 원), 주민등록증(50만 원)도 위조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또 다른 업자는 “수능 성적표 위조는 80만 원이 필요하며 동영상으로 결과물을 찍어서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황 씨처럼 입시사이트에 허위 정보를 유포해 혼란을 가중시키는 수험생들을 ‘수능 훌리건’으로 부른다. 국내 입시사이트에는 비슷한 유형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수험생은 지난해 11월 A입시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수능이 쉽다 보니 합격선이 올라갈 것 같다. 서울 소재 명문대 경영학과에 합격하려면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만점 기준으로 6점만 깎여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합격선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한 데 대해 다른 수험생들은 “근거 없는 정보로 혼란을 줬다”고 비판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은 “전문 입시기관들은 다양한 수험생 점수를 토대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수능 훌리건의 글은 친구들 혹은 자신의 기준으로 정보를 제공해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 수능 훌리건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훌리건’(hooligan·폭력을 행사하는 축구 관중)이 합쳐진 인터넷 용어. 대학 서열을 매기는 식으로 특정 대학을 비방하거나 허위 입시정보를 유포해 수험생에게 혼란을 주는 이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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