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삿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미국 워싱턴이라고는 해도 최근 열흘 사이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정신없게 만들었다. 두 사건이란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의 피습 사건이다. 문제는 사건 직후 한국에서 발신한 반응들이 너무 극과 극이어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웠다는 점이다.
셔먼 차관이 지난달 27일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한중일 과거사 논쟁이 실망스럽다”며 ‘한중일 공동책임론’으로 해석될 발언을 했을 때 한국은 미국 비판 여론으로 들끓었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위해 한국을 제치고 일본 편에 섰다”는 말에서부터 “미국의 본심이 드러났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다 5일 리퍼트 대사 테러 사건이 터지자 ‘한미 동맹’ 여론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야당의 행보가 극과 극이었다. 셔먼 차관 발언에 대해 “적당히 그냥 외교적 답변을 듣고 넘어갈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2일 정세균 의원)고 공격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은 “한미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8일 문재인 대표)는 말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반 민심도 마찬가지다. 셔먼 차관 발언 후에는 “배신감을 느낀다”던 여론이 지금은 “대사 입원비를 대신 내주고 싶다”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로 바뀌었다. 애견(‘그릭스비’)을 끔찍이 아끼는 대사에게 수술 후 회복에 좋다며 개고기를 전달하려다 병원 측이 거부하는 미담성(?)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출렁였던 한국 내 여론을 듣고 있는 미국인들은 좀 혼란스러워하는 눈치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사안에 따라 여론이 즉각적이어서 좀 혼돈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미 동맹은 단순히 양 국민의 기분 문제가 아니다. 대사 피습이라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는 관계라는 것을 한국인들이 잘 알아주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 동맹의 뿌리는 기자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튼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도 피습 직후 리퍼트 대사가 보여준 모습처럼 좀 더 의연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이 많고 감성적인 우리 한국인들의 정서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야 없겠지만, 전략적으로라도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냉철해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한국의 대미 협상력도 높아지고 한일 과거사 갈등을 풀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 사이가 그렇듯, ‘같이 가려면’ 너무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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