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는 전용면적 80㎡대의 매매가격이 최근 3개월 새 약 1억 원 뛰었다. 지난달부터 약 450가구가 줄줄이 이사를 나가는 등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자 매매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관련 규제들이 완화돼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전세금이 오르면서 ‘금리도 낮으니 이 참에 집을 사버리자’고 생각하며 문의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시 주춤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올해 들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과거에는 재건축 아파트 매매는 주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전세난에 살 집을 구하려는 실수요자로 바뀌는 추세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36% 올라 지난해 9월 둘째 주(0.46%) 이후 주간 기준으로 약 6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말만 해도 마이너스였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고 최근 거래가 늘며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주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강남구가 0.49%, 송파구가 0.46% 올랐다.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0.11%)을 월등히 앞선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럭키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강남권에 사는 50, 60대 고객들이 자녀가 앞으로 결혼할 때 새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있도록 재건축을 코앞에 둔 아파트를 사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이는 투자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특히 지방시장의 열기가 식자 서울로 원정투자를 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연한 단축 등 각종 재건축 규제가 완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이 당분간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 일변도 시장이었던 과거와 달리 실수요자가 많아지면서 매매가격이 오르면 실수요자들이 거래를 줄이는 식으로 가격 상승세를 적절하게 조절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 정책이 지금처럼 재건축시장에 유리하게 유지된다면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실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에 가격 상승폭이 가팔라지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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