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송도국제도시 첫 민자 임대아파트 건립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1일 03시 00분


6, 8공구에 중소형 5월 분양… “원안대로 최고급 단지로 개발해야”
입주민단체 항의방문 등 강력반발

151층 인천타워 건립이 백지화된 이후 분양·임대 복합형 아파트, 초대형 고급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6, 8공구.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51층 인천타워 건립이 백지화된 이후 분양·임대 복합형 아파트, 초대형 고급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6, 8공구.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중산층의 주거 고민을 덜어주려는 정부의 주택정책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반대하는 셈입니다.”(민간 사업자)

“송도국제도시의 랜드마크인 151층 인천타워 건립이 무산되면서 최고급 도시 건설을 추구하기로 한 6, 8공구의 스카이라인과 조경 계획이 실종됐습니다.”(송도국제도시 주민)

인천 송도국제도시 6, 8공구의 첫 민자유치사업을 둘러싸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 아파트 건설 사업자, 주민 사이에 의견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주거문화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분양·임대 복합형 아파트(누구나 집)’.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중산층 주거혁신 뉴 스테이 정책’ 발표를 통해 이런 형태의 ‘기업형 임대주택’을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주민 반발을 이유로 6, 8공구 민간 투자자에게 임대아파트를 배제한 일반 분양아파트 건립을 권유하고 있다.

○ 폭등하는 송도 전세시장

인천지하철1호선 캠퍼스타운역 근처 아파트에 사는 최모 씨(38)는 6월 재계약을 앞두고 한숨을 쉬고 있다. 그는 4년 전 1억3000만 원이었던 전세가를 2년 전 8000만 원 더 올려주기 위해 금융대출까지 받았다. 요즘 주변 아파트 전세 시세가 3억 원이기에 집 주인이 1억 원 인상을 요구할 경우 송도를 떠나야 할 처지다.

국제학교, 자율형 사립고의 잇따른 개교로 ‘인천의 강남학군’으로 떠오른 송도국제도시에서 현재 전세가는 집값의 80%에 육박하고 있다. 그래도 전세 물량이 거의 없어 월세 주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인천시 통계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서 매년 평균 1만7000쌍의 신혼부부가 탄생하는데, 결혼비용(평균 1억2200만 원)의 대부분(1억200만 원)을 집 마련에 투자하고 있다.

국토부는 고액 전세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임차인이 최소 8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임대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체와 임차인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 및 저리 융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

인천도시공사는 지난해 5월 남구 도화동에서 10년 주거권을 보장해주는 분양·임대주택 복합형 아파트 ‘누구나 집’ 520채를 처음 선보였다. 8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3일 만에 임대 분양을 마무리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 눈치 보는 인천경제청

교보증권 컨소시엄은 2012년 9월 인천경제청이 소유한 6, 8공구 34만7000m²를 8520억 원에 샀다. 개발 여건이 좋지 않으면 3년 이내에 인천경제청에 되팔 수 있는 ‘토지 리턴제’를 적용한 땅이다. 교보증권 컨소시엄의 개발회사인 GE파트너스는 3개 필지 중 A3블록 3199채에 대한 일반분양 청약을 먼저 한 뒤 미분양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인천경제청 승인을 받아 5월 중 81, 96, 115m² 등 3개 면적의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었다. 인기 높은 중소형 아파트여서 분양가가 3.3m²당 최소 1200만 원으로 검토됐다.

임차인은 일반 분양가의 10%를 매수청구금(보증금) 명목으로 준비하면 입주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리츠회사가 투자할 토지대금을 제외한 아파트 값의 60%의 이자(연리 3.5∼4.5%)를 내면 10년간 주거권을 갖는다. 이를 근거로 한 81m²의 임차료는 월 67만 원 정도. 이 아파트는 공동주택 통합관리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관리비가 매우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송도국제도시 입주민들은 3일 인천경제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임대아파트 건설을 반대하고 나섰다. 입주민단체 관계자는 “인천경제청이 인천시 재정 위기 탈출을 위해 땅을 민간업체에 마구 팔아넘긴 뒤 하향평준화한 도시계획 변경을 입안하고 있다. 최고급 주거단지의 원안대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2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 8공구 원안 개발을 촉구할 예정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6, 8공구 A3블록은 일반분양아파트로 짓는 대신 A1블록(18만7000m²)엔 외국인 투자자를 위해 900여 채 규모의 대형 최고급 아파트(8월 분양 예정)가 들어서도록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간 투자업체 관계자는 “인천경제청이 민간사업 방식에 너무 관여해 재무적 투자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송도국제도시#민자 임대아파트#건립#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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