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누리과정 부족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4월에 예비비 5064억 원을 집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당장 4월부터 무상보육이 중단되는 극단적인 사태는 벌어지지 않게 됐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각 시도교육청이 편성한 2∼3개월 치 누리과정 예산이 떨어져 무상보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예비비를 빨리 교부해달라고 촉구해왔다.
교육부는 이날 여야 합의 결과에 따라 예비비 배분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분 시기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교육부는 “여야가 지방재정법 개정과 누리과정 국고지원 집행을 동시에 처리한다고 합의한 점을 감안해서 가능한 한 빨리 예비비를 집행하겠다”면서도 “관계 부처와 예비비 배분방식 및 지방채 발행 규모를 협의하는 중이라서 배정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각 시도 교육청은 늦어도 25일 전에는 예비비를 받아야 4월에 누리과정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비비를 활용해 보육교사 인건비 등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는 2월분까지, 서울 인천 강원 전북 제주는 3월분까지만 누리과정 예산이 확보돼 있어 예비비가 빨리 지원되지 않으면 4월부터는 무상보육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 예비비를 지급한다고 해서 누리과정 예산 부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4월에 교부할 5064억 원은 2개월 치 예산에 불과하기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은 6월을 앞두고 또 무상보육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정부와 국회는 누리과정 부족예산 1조7000억 원 가운데 5064억 원을 목적예비비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시도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조달하도록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지방채 발행에 계속 반대하고 있다. 무상보육이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관련 예산은 모두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예비비 집행부처인 기재부는 예비비를 교부하기에 앞서 지방교육청들이 재정상황을 재점검해 재정수입을 늘리고 세출을 줄여야 한다는 조건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채 발행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예비비만 집행하면 금방 돈이 부족해져 추가 예산 편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 뒤에도 시도교육청이 지방채 발행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국가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기재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의 재정 상황을 뜯어보면 다른 무상교육 부담 요소가 많기 때문에 누리과정을 전적으로 책임질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난해보다 1조4000억 원 줄어든 39조5000억 원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누리과정 필요예산 3조9622억 원 가운데 2조1965억 원만 편성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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