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이브. 서울 도봉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강모 씨(35)는 폐쇄회로(CC)TV가 닿지 않는 구석에서 은밀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온 1만∼3만 원대 장난감 바코드를 40만∼60만 원대 고가 제품에 붙이는 이른바 ‘바코드 바꿔치기’ 작업이었다. 양면테이프가 부착된 바코드를 붙이는 간단한 바꿔치기인 만큼 직원들의 눈을 속이기도 쉬웠다. 강 씨는 평소 대형마트 계산원들이 바코드와 상품을 세밀하게 비교해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다. 정가의 10%도 채 되지 않는 돈을 내고 그는 유유히 계산대를 빠져나왔다. 결제 금액에 대한 포인트를 적립할 정도로 여유까지 부렸다.
강 씨의 범행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강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 경기 의정부시 일대의 대형마트 네 곳을 돌며 총 12차례에 걸쳐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다. 훔친 장난감은 32점에 1032만 원어치나 됐다. 훔친 장난감을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선물로 받은 것이라며 정가의 90%를 받고 되팔아 생활비로 사용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강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구매한 제품의 바코드를 재사용할 수 있는 대형마트 결제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범행”이라며 “결제 시스템 보완 및 계산원에게 이를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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