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원자력발전소의 내부 기밀자료를 인터넷에 올리며 파문을 일으켰던 ‘원전 해커’가 3개월 만에 또다시 원전 자료를 공개했다.
이 해커가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통화 녹취록이라고 주장하는 문서까지 게재하며 협박했지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자료가 어디에서 유출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안전에 지장이 없다”는 언급만 반복하고 있다. 또 임종인 청와대 안보특보는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사건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을 직접 지목했다.
12일 오후 자신을 ‘원전반대그룹 회장, 미 핵’이라고 지칭한 원전 해커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한민국 한수원 경고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처음 올린 글로 25개 파일 묶음을 첨부했다. 여기에는 고리원전 1, 2호기 운전용 도면,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기로 한 스마트원전 증기발생기 분석자료 등이 포함됐다.
압축파일에는 ‘박 대통령과 반 사무총장 간에 나눈 통화 내용’이라는 한글 파일도 담겼다. 이 문서에는 2014년 1월 1일에 나눈 대화 내용이라며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지 못하고 자꾸만 주변국에 상처를 줌으로써 협력을 위한 환경 조성이 저해되고 있음.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는 결과가 되고 있음”(박 대통령)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반 사무총장은 당일 15분간 통화했다. 청와대는 당시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과거를 직시하지 못하고 자꾸만 주변국에 상처를 준다”고 언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통화 녹취록이라는 문서에 대해 “공개된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상 간 대화 내용은 확인해주지 않는 게 외교적 관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반 사무총장 간 통화 내용은 지난해 1월 2일자 보도자료에서 상세히 밝혔다”며 “해커가 보도자료를 보고 허구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대화록이 ‘~했음’이라고 명사형으로 끝나기 때문에 정상 녹취록이 아니라는 증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해커는 “돈이 필요하거든요… 요구만 들어주면 되겠는데”라며 “북유럽과 동남아,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원전 자료를 사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윤 장관(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시간을 주겠으니 잘 생각해 봐라. 몇 억 달러 아끼려다 더 큰돈 날려 보내지 말고 현명한 판단하시길 바란다”고 밝히며 e메일 주소도 남겼다.
이 해커는 작년 12월15일부터 한수원의 원전 도면 등을 공개하면서 성탄절에 ‘2차 파괴’를 단행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하고 대비했으나 원전에 별다른 이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수원 측은 “지난해 공개된 내용과 비슷한 수준으로 과거에 수집한 자료로 사이버 심리전을 펼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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