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태우려 해무 뚫고 착륙중 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4일 03시 00분


해경헬기 가거도 해상 추락
세월호 현장 가장 먼저 도착했던 헬기… 맹장염 증상 7세 이송차 긴급 출동
주민 “방파제 맴돌다 바다로 떨어져”

응급 환자 이송을 위해 섬으로 향하던 해경 헬기가 짙은 해무(海霧)로 착륙 도중 바다에 추락해 탑승자 4명 중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13일 오후 8시 10분경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방파제 남쪽 2km 해상에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팬서 헬기(B-511)가 추락했다. 헬기에는 조종사 최승호 경위(52), 백동흠 경위(46)와 정비사 박근수 경장(29), 응급구조사 장용훈 순경(29) 등 4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박 경장은 오후 10시 50분경 숨진 채 발견됐으며, 다른 3명은 밤 12시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헬기는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사고 헬기는 가거도 보건소로부터 맹장염 추정 증세로 심한 복통을 겪던 임모 군(7)에 대한 이송 요청을 받고 이날 오후 7시 40분경 전남 목포에서 이륙했다. 보건소 측은 당초 이날 오후 7시 전남소방본부에 이송 요청을 했으나 기상 악화로 헬기 이륙이 어렵다는 답변에 해경에 이송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헬기는 주민들이 랜턴을 켜고 신호를 보냈지만 짙은 안개로 착륙 지점을 찾지 못해 1km가량 회항하다 추락했다. 사고를 목격한 주민 김혁제 씨(40)는 “사고 헬기가 방파제 주변을 맴돌다 바다로 빠졌다”며 “고꾸라지거나 한 게 아니라 착륙하는 수평상태 그대로 가라앉았고 폭발음이나 불꽃이 없었다”고 말했다.

해경안전서는 경비함정 7척, 민간어선 8척, 항공기 2대를 투입해 밤새 수색 작업을 벌였다. 사고 현장에서는 헬기 동체로 추정되는 부유물 등이 발견됐다.

해군도 추락 헬기 탐색 및 구조를 위해 유도탄고속함인 한문식함과 초계함인 부천함을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또 현장 조명 지원을 위해 P-3C 초계기를 출격시키고 수중 탐색 및 구조를 위해 진해군항에 대기 중인 잠수함 구조함 청해진함, 소해함인 강진함을 긴급 출항시킬 예정이다. 수색작업은 강한 바람과 높은 파고에 시야도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은 조명탄을 동원해 밤새 수색을 이어갈 방침이다.

국토 최서남단인 가거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167km(직선거리 145km) 거리에 있으며 쾌속선으로 4시간 반가량 걸린다. 중국과 가까워 중국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전해온다. 주민 380명이 육지로 나가는 유일한 수단은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쾌속선뿐이다. 야간에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헬기가 유일한 이송대책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해경 헬기는 가거도 주민들에게 든든한 생명지킴이인데 사고가 일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종된 최승호 경위는 동해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 최근 전출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해경#헬기#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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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헬기와 동일 기종인 팬서 B-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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