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부산 북동쪽 128km 해상. 부산에서 일본으로 가던 파나마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S호(2243t)에서 불이 났다. S호는 VHF 채널을 통해 긴급 구조 요청을 보냈다. S호에서 32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순찰 중이던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소속 3001함정(3000t)이 오전 8시27분 사고를 접수했다. 오전 9시18분 S호에 접근한 3001함정은 고속단정 1척을 보내 갑판 위에 몰려있던 배와 선원들의 상태를 근거리에서 확인했다.
같은 시각, 김홍희 부산해양경비안전서장은 부산 영도구의 상황실에서 3001함정의 카메라가 촬영 중인 현장을 영상으로 보고 있었다. 김 서장은 화재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퇴선 명령을 내렸고 3001함정은 고성능 스피커로 “선원들은 즉각 퇴선하라”고 알렸다. 한국인 선원 3명과 인도네시아인 선원 13명 등 16명의 선원이 모두 고속단정에 옮겨 탄 건 오전 9시 39분.
사고 해역은 일본과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여서 구조 요청을 들은 일본 측 함정도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지만 구조 장면을 보고 돌아갔다. 선원들은 조사에서 “질산과 황산을 섞은 화학물질을 싣고 가던 중, 이 물질이 기관실로 흘러들어 물과 강하게 반응하며 화재가 발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선원 중 3명은 손과 팔에 화상 등을 입어 헬기로 부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들 중 기관실에 있다가 연기를 다량 흡입해 호흡 곤란을 겪던 인도네시아인 선원 1명은 14일 오후 6시 40분 병원 치료 중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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