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명동’인 서면이 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 ‘사흘간 쓰레기 수거 중단’이라는 구의 ‘파업’에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시민의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일대.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마다 찢어진 홍보전단이 어지럽게 뿌려져 있었다. 전단을 밟지 않고 지나가려면 지그재그로 걸어야 할 정도였다. 구석마다 구겨진 담뱃갑과 음료수 캔, 아이스크림 통 등이 쌓여 있었다. 전신주 근처에는 예외 없이 쓰레기봉투가 산을 이뤘다. 비닐봉지에 담겨 버려진 음식물과 취객들의 토사물 등에서 뿜어 나오는 냄새가 골목에 진동했다. 코를 막고 뛰어가는 여성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대학생 이모 씨(23)는 “(쓰레기 수거 중단) 이틀 만에 거리가 쓰레기장으로 변한 것 같다. 나처럼 젊은이들이 주범일 텐데 길을 걷기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전단을 줍던 한 50대 여성은 “구에서 괜히 쓸데없는 일을 벌인 것 같다”며 “아직 선진국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고 혀를 찼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젊은이가 많이 몰린 토요일 밤부터 새벽까지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진구는 4일 밤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서면 일대 거리 900m에서 14∼16일 사흘간 청소를 하지 않는 ‘청소 파업’을 선언했다. 치워도 치워도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에 대해 시민 스스로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다. 그러나 14, 15일 이틀간의 상황을 보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서면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자기 가게 앞 말고 누가 쓰레기를 치우겠느냐. 업주도 이런데 오가는 손님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업주 B 씨는 “구에서 우리를 가르치려고 쓸데없는 짓을 하기보다 전단이나 쓰레기 등을 무단 투기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진구는 2012년 9월에도 서면 일대에서 비슷한 청소 파업을 했다. 단 하루였지만 무려 4.5t가량의 쓰레기가 길에 쌓였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구도 잘못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시민 의식도 변한 것이 없었다.
14일부터 사흘간 쌓인 쓰레기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치워진다. 구 직원과 봉사단체 회원 등 300여 명이 청소를 하면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다.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은 “무심코 버린 작은 쓰레기가 쌓여서 어떤 사태를 만드는지 직접 보게 하자는 취지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번 기회에 서면을 자주 찾는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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