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STX그룹 측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63)의 재판에서 함께 기소된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66)이 “정 전 총장의 뇌물 요구를 강덕수 전 STX 회장(65·수감 중)에게 전달했다”고 16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엄상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윤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은 “둘 사이에 뇌물 요구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뇌물을 주도록 하는 의사 결정은 강 전 회장이 한 것”이라며 “윤 전 사령관은 범행을 주도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윤 전 사령관이 뇌물 창구 역할을 했고 강 전 회장을 이용해서 정 전 총장에게 뇌물을 건넨 주체로 기소했다”며 반박했다.
핵심 피고인인 정 전 총장은 이날 푸른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재판부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정 전 총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된 장남 정모 씨(38)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받은 그는 입은 굳게 다문 채 이따금씩 허공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정 전 총장 측 변호인은 “사건 기록 열람·등사도 아직 마치지 못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의견 표명을 보류했다.
정 전 총장은 재임 중이던 2008년 9월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장남 정 씨의 회사를 통해 옛 STX그룹 계열사에서 7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예편 후 STX그룹 고문 등으로 활동하던 윤 전 사령관은 정 전 총장과 STX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
정 전 총장은 재임 중 독일 해군 정보함 장비제작업체로부터 통신 전자정보 수집장비의 납품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일 추가 기소됐다. 함께 기소된 업체 대표는 “정 전 총장 측에 금품을 건넨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두 사건에 대해 “추후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병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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