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수 급감에… 문화재청, 제주흑돼지 천연기념물 지정

제주흑돼지 천년기념물로 지정(출처=문화재청 제공)

개체수 감소로 절종 위기에 놓인 제주흑돼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이 전통적으로 제주도에서 사육해 온 ‘제주흑돼지’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17일 지정했다.

문화재청은 “제주흑돼지는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과의 교잡으로 순수 재래돼지의 개체수가 급감해 절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면서 천연기념물 지정이유를 밝혔다.

이에 이번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흑돼지는 올해 3월 현재 제주 축산진흥원 내에서 사육 중인 260여 마리로 한정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들 흑돼지는 유전자특성 분석 결과, 육지 재래돼지와는 차별된 혈통의 고유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형상으로도 육지 흑돼지는 귀가 크고 앞으로 뻗은 데 반해 제주흑돼지는 귀가 작고 위로 뻗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 특유의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해 체질이 튼튼하고 질병에도 강해 우리나라 토종 가축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에서는 지난 1986년에 우도 등 도서벽지에서 재래종 돼지 5마리를 확보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순수 혈통의 제주흑돼지를 사육·관리하고 있다.

여러 고문헌에 따르면 한반도에 돼지가 처음 들어온 것은 만주지역에 서식하던 돼지가 한민족과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 지역에선 삼국지 위지동이전과 성호사설 등에서 흑돼지를 길렀다는 기록이 전해질만큼 제주흑돼지는 유서 깊은 제주 전통 종이다.

이에 제주흑돼지는 제주 지역의 생활·민속·의식주·신앙 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가 혼례, 상례 등에 항상 올려지며, ‘돗수애’(돼지순대), ‘돔베고기’(돼지수육), ’돗새끼회’(암퇘지 자궁 속의 새끼돼지로 만든 회) 등에서 보듯이 제주 향토문화에 깊숙이 자리했다.

동아닷컴 도깨비뉴스 임성엽 기자 lsy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