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공룡을 합성한 듯한 모습의 공룡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미국 몬태나주립대 고생물학자인 잭 호너 박사팀은 공룡을 닮은 닭 ‘치키노사우루스’를 만들어 공룡을 재현해 보려는 엽기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호너 박사팀이 공룡을 재현하는 데 닭을 고른 이유는 닭이 현존하는 동물 가운데 공룡과 가장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닭으로 공룡을 재현해 볼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발생 과정에 있다. 척추동물은 발생 과정 초기에 공통적으로 아가미와 긴 꼬리 같은 원시적인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달걀 속 닭의 배아도 초기에는 긴 앞발과 긴 꼬리를 갖고 있는데 그 모습이 공룡과 무척 닮았다. 호너 박사팀은 유전자를 조작해 발생 과정 동안 배아의 앞발과 꼬리가 짧아지지 않게 만들면 공룡의 모습으로 알에서 깨어날 거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이 생명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논란이 있어 치키노사우루스는 아직까지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 화석으로부터 멸종 동물 복원하기
실제로 공룡을 본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많은 공룡을 알고 있다. 바로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으로부터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층에서 발굴한 뼈 화석을 부위별로 맞춘 다음 현존하는 동물 중에서 가장 비슷한 동물을 찾는다. 이어 닮은 동물을 해부해 뼈와 근육이 붙어 있는 구조를 관찰한 뒤 뼈 화석을 관찰해 근육이 어떻게 붙어 있었을지 추측한다. 이후 뼈 화석에 혈관이 붙어 있었던 자국이 남아 있는지 확인한다. 혈관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피부가 아주 얇았다는 증거다. 마지막으로 위의 결과를 토대로 뼈 구조에 근육을 가상으로 붙여 원래 모습을 복원한다. 화석 주변에 깃털 등 무늬가 찍혀 있었다면 덧붙인다.
그렇다면 고생물학자들이 복원한 멸종 동물은 당시의 실제 모습과 얼마나 닮았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최근 영국의 고생물학자이자 고생물아티스트인 대런 네이시와 존 콘웨이는 현생 동물들의 뼈를 가지고 원래 모습으로 복원해 보았다. 그들은 현생 동물의 뼈만 추려내 현재 과학자들이 ‘공룡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복원했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실제와 매우 달랐다. 토끼와 코끼리, 백조, 코뿔소는 긴 귀와 긴 코, 물갈퀴, 코뿔을 잃었다. 뼈처럼 단단한 부위와 달리 털이나 깃털, 피부, 근육, 연골처럼 부드러운 부위는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의 행동과 생활방식도 화석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 사냥에 특출한 생김새와 사람이 사는 집에서 자주 발견되는 특징만 보면 고양이가 사람을 사냥해 잡아먹었다고 추측할 수도 있다.
○ 티라노사우루스는 거대한 닭?
귀 짧은 토끼, 코 짧은 코끼리처럼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복원해 온 공룡도 실제 모습과 많이 다를 것이다. 최근 젊은 고생물학자들은 추가로 찾은 뼈 화석이나 비슷한 환경에 살고 있는 현생 동물의 생활양식을 보고 공룡을 새롭게 복원하고 있다.
화석에서 뼈 주변에 깃털 무늬가 찍혀 있다면 깃털이 나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깃털 화석에 남아 있는 어두운 색소(멜라노좀)가 퍼진 모양을 현생 동물의 것과 비교하면 몸 색깔도 알아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시노사우롭테릭스는 꼬리에 갈색 줄무늬가 있었고 안키오르니스는 까만 깃털 끝에 하얀 무늬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얼마 전까지 일부 공룡학자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덩치에 비해 머리가 너무 큰 탓에 빨리 움직이지 못하고 사냥을 잘 못했으며 남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먹고 살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캐나다 앨버타대의 고생물학자인 스콧 퍼슨 박사가 공룡의 골반뼈에 ‘대퇴꼬리근’(허벅지뼈와 꼬리를 잇는 근육)이 붙어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하면서 오명을 벗겼다. 이 근육은 악어와 도마뱀 같은 파충류에는 아주 발달했지만 새들에는 거의 퇴화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과거에 닭을 토대로 복원했기 때문에 이 근육을 고려하지 않았다. 퍼슨 박사는 “이 근육 덕분에 파충류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서 “티라노사우루스도 시속 30km 정도로 빠르게 걸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벨로키랍토르가 칠면조를 닮았다고?
1993년에 개봉했던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는 2m 정도의 큰 악어처럼 생긴 육식 공룡 벨로키랍토르(영어로는 벨로시랩터)가 나온다. 그런데 최근 고생물학자들은 벨로키랍토르를 독수리만 한 크기에 온 몸이 칠면조처럼 커다란 깃털로 뒤덮여 있는 모습으로 복원했다. 그 이유는 2007년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앨런 터너 박사가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굴한 벨로키랍토르의 팔 화석에서 작은 돌기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칠면조의 날개에서 크고 무거운 깃털이 달려 있는 돌기도 이와 똑같이 생겼다.
이 외에도 공룡의 뿔이나 가시는 이성을 유혹하는 용도였을 가능성이 커서 공작 꼬리처럼 화려한 색깔을 가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천적의 눈에 띄지 않게 주변과 비슷한 보호색을 띠었거나 천적에게 겁을 주는 무시무시한 무늬가 있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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