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 막은 무대책 촬영팀… “관행”이라는 무개념 광고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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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출근시간대… 1개 차로 허가받고도 3개 차로 모두 점거

불스원의 TV광고 촬영팀이 13일 오전 8시경 인천대교에서 편도 3차로를 모두 차지한 채 다른 차량을 막고 있다. 제한속도 시속 100km인 인천대교에서 촬영팀은 시속 60km로 저속 주행하며 다른 운전자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영상 캡처
불스원의 TV광고 촬영팀이 13일 오전 8시경 인천대교에서 편도 3차로를 모두 차지한 채 다른 차량을 막고 있다. 제한속도 시속 100km인 인천대교에서 촬영팀은 시속 60km로 저속 주행하며 다른 운전자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영상 캡처
인천대교에서 진행된 자동차 보조용품 ‘불스원’의 TV 광고 촬영으로 출근길 운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불스원의 광고 제작을 의뢰받은 촬영팀은 평일인 13일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경까지 인천대교 양방향 차로에서 TV 광고를 촬영했다. 당시 촬영팀 차량 3대는 편도 3차로를 모두 차지한 채 시속 약 60km로 나란히 달렸다. 인천대교는 고속도로 구간으로 승용차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100km(최저 제한속도는 시속 50km)다. 계속된 ‘도로 막기’에 화가 난 다른 운전자들이 이들 차량 틈을 비집고 추월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마저도 촬영팀 차량이 위협적으로 좌우로 막아서면서 사고로 이어질 뻔한 위험한 순간이 수차례 반복됐다. 뒤쪽 차량 운전자는 영문도 모른 채 정체를 겪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인천대교를 관리하는 인천대교주식회사 관계자는 17일 “해당 업체가 사전에 차량 2대를 이용해 1개 차로에서 정속 주행하며 촬영하겠다고 요청해 촬영을 허가했다”며 “폐쇄회로(CC)TV를 통해 3개 차로를 모두 막고 있는 것을 확인해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촬영팀은 인천공항 방면으로 이동하며 3개 차로를 모두 차지한 채 촬영했고 인천대교를 빠져나온 직후 인천대교로부터 철수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촬영팀은 반복된 철수 요청에도 불구하고 송도 방면 인천대교에서 같은 방식으로 촬영을 강행했다.

경찰은 17일 촬영팀의 법규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3대가 저속 주행하며 다른 운전자의 운행을 방해한 행위는 도로교통법상의 ‘공동 위험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2명 이상이 공동으로 2대 이상의 자동차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앞뒤로 또는 좌우로 줄지어 통행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하는 행위’를 ‘공동 위험행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다.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은 관련 영상 자료 및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번 주 중 촬영팀에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한 운전자가 자동차 커뮤니티에 당시 현장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광고 제작을 의뢰한 불스원 측은 사건 직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촬영을 놓고 ‘업계 관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또다시 물의를 빚었다. 이후 사과문을 한 차례 수정하고 피해를 입은 운전자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 위험이 다른 곳보다 큰 교량 등에서 발생하는 위협 운전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출근시간대에 고속도로 전 차로를 가로막는 행위는 다른 운전자에게 불편을 줄 뿐 아니라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영종대교 연쇄추돌사고가 보여줬듯 교통안전에 취약한 교량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는 더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운전자의 불편이나 안전을 무시해 버리는 교통문화가 이번 ‘도로 막기’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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