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책 읽는 친구들을 이상하게 보거나 따돌리는 교실 안 ‘책따’ 현상을 다룬 본보 보도(17일자 A1, 2면)가 나가자 반응은 사뭇 뜨거웠다. 여러 언론에서 같은 내용을 다뤘고 포털사이트와 뉴스 게시판 등에 관련 댓글이 1000개가 넘었다.
시각은 다양했다. 일부 학생들은 “우리 학교에는 이런 일 없는데, 특정 학교의 소수 케이스 아니냐”, “원래 ‘왕따’라 친구가 없어 혼자 책이나 보는 것” 등의 부정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생은 “점심시간에 책 읽는데 친구들이 못 읽게 했다”, “책 보면 눈치를 주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다” “씁쓸하지만 요즘 일반적인 학생들의 모습이 맞다”며 공감했다.
부모들의 반응 수위는 한 단계 높았다. 주부들이 즐겨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우리 아이도 책을 좋아하는데 혹시 ‘책따’ 당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분노하는 어른도 적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과거 고교생 대상 연설에서 “모범생 왕따에게 잘 보여라. 나중에 너희들이 왕따 밑에서 일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청소년들의 ‘책따’ 행태를 비꼬는 글도 올라왔다.
하지만 ‘책따’는 청소년 탓이 아니다. ‘책따’ 현상은 결국 공부만 강요해온 어른들 책임이다. ‘책 읽을 시간 있으면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것이 우리의 교육 아니었나. 서점에서 만난 한 고교생은 “교과서, 참고서만 내밀던 어른들이 이젠 책을 안 읽는다고 비난할 수 있나”라며 반문했다.
‘책따’ 보도를 계기로 독서 경시 문화를 반성하고 새로운 독서 운동이 싹트는 희망도 보였다. 신문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와 후속기사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독자는 “아들이 다니는 A고교에서 아이들이 독서 모임을 결성했다. 이런 긍정적 모습도 적극 보도해 달라”고 했다. e메일을 보낸 또 다른 독자는 “학생들의 반대에도 독서 활동을 적극 실시해 학기말에 학업성취도를 올린 B중학교의 담임선생님 사례를 소개해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책과 가까워지는 독서교육 시스템을 취재해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책과 멀어진 우리의 자화상을 안타까워하고 고치길 바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책따’ 현상을 전하면서 생긴 답답함이 많이 사그라드는 순간이었다. 한 손에 스마트폰 대신 책을 든 모습이 ‘엣지’ 있고 ‘쿨’해 보일 수 있게 머리를 맞대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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