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명의로 아파트분양권 장사…부동산중개업자 등 3명 입건

부동산중개업자 조모 씨(54)는 지난해 5월 분양한 광주 동구 한 아파트가 청약경쟁률이 23대 1을 기록하자 꼼수를 생각해 냈다. 일반 아파트 청약자와 달리 장애인 명의로 청약을 하면 경쟁률이 2대 1로 낮아 쉽게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 씨는 평소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았던 A 씨(62) 등 장애인 단체 대표 2명에게 ‘장애인 회원 명의를 빌려주면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A 씨 등이 회원 38명을 소개시켜주자 이들 명의로 아파트 청약을 해 분양을 받았다. 그는 아파트 분양권을 300만~1000만 원 정도의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아 9900만 원을 챙겼다. 챙긴 돈 중 일부를 A 씨 등 장애인 40명에게 150만~600만 원 씩 수수료 명목으로 건넸다.

현행법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전용면적 85㎡이하 아파트 10%내에서 우선(특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한번 특별공급을 받으면 다시 신청할 수 없다. 조 씨는 장애인 명의로 특별 공급을 받더라도 일반인들에게 되파는 것이 가능하다는 법의 허점을 알고 분양권 장사를 했다.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 씨와 A 씨 등 3명을 주택법 위반혐의로 18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 공급을 받을 경우 같은 처지에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만 분양권 전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