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이하 귀농-귀촌 43%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0일 03시 00분


2014년 1만7611가구 농촌으로… IT 결합 등 농업에 새 활력
전체 귀농-귀촌 4만가구 사상최대

젊은층이 농촌으로 가는 까닭은?
충남 공주시에서 블루베리농장을 운영하는 금승원 씨(48)는 한때 잘나가는 증권사 직원이었다. 직장에 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퇴직 후 진로가 막연하다는 생각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금 씨는 40대 초반이던 2009년 조기 퇴직해 귀농했다. 현재 그는 재배한 블루베리를 팔면서 농장 방문객들에게 블루베리 잼 만들기 등을 가르쳐주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금 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증권사 연봉 못지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죽기 전까지 ‘현역’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직장생활보다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귀농·귀촌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비교적 젊은 나이에 농촌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는 4만4586가구로 종전 사상 최대치였던 2013년(3만2424가구)보다 37.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4067가구에 그쳤던 귀농·귀촌 가구는 2011년 1만503가구, 2012년 2만7008가구 등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구주의 연령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귀농·귀촌이 증가세다. 가구주가 40대 이하인 2014년 귀농·귀촌 가구(1만7611가구)는 2013년(1만2318가구)보다 43.0%나 급증했다. 이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귀농·귀촌 가구 평균 증가율(37.5%)보다도 5.5%포인트 높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고용 여건이 불안정해진 청·장년층이 농촌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 귀농·귀촌이 베이비부머 이외의 세대로 확산되는 경향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귀농은 농촌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전북 고창군의 인구는 2010년 5만3000명에 그쳤지만 귀농·귀촌 가구가 몰리면서 2014년 6만 명으로 늘었다. 고창군 관계자는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서 일자리가 늘고 지방세 세수도 늘었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이나 관광 등의 요소를 농업에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례도 많다.

귀농·귀촌이 늘어난 데에는 가치관의 변화도 깔려 있다. 2013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으로 귀촌한 황선주 씨(40)는 그동안 꿈꿔왔던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 중국어 강사였던 그는 현재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사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황 씨는 “경기 용인에서 전세 아파트를 얻어서 각박한 생활을 했던 것에 비하면 생활 수준이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3년 1월 귀농·귀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귀농·귀촌의 이유로 ‘경제적인 목적’(45.4%) 이외에도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17.3%),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11.4%), ‘건강을 위해’(7.0%) 등의 응답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은퇴자가 많아지고 기대 수명도 늘어나면 도시인들의 귀농·귀촌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상오 귀농귀촌진흥원장은 “젊은층의 귀농·귀촌은 농촌 지역 활성화는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이나 국가의 복지 지출 축소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고 말했다.

김유영 abc@donga.com·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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