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종로구 신영동의 한 주택가. 고등학교 3학년 성모 군(18)은 멀리서 다가오는 고급 외제차를 발견했다. 좁은 골목길을 통과하느라 운전자 유모 씨(44)가 속도를 줄이던 순간 성 군은 오른발을 잽싸게 앞바퀴 아래로 집어넣었다. 발을 밟힌 성 군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보험 처리가 부담스러웠던 유 씨는 지갑에 있던 10만 7000원을 주고 성 군과 합의했다.
성 군의 수법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올해 1월에는 서울 지하철 홍제역 근처에서 택시를 타는 척 하다 같은 방법으로 자해를 했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는 택시기사 최모 씨(64)에게 25만 원을 받고 합의를 해줬다. 최 씨가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간 사이 운전석에 있던 현금 7500원을 훔치기도 했다. 성 군은 이런 수법으로 10회에 걸쳐 285만 원을 합의금과 보험금으로 받아 챙겼다.
서울 소재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노릴 정도로 ‘모범생’ 소리를 듣던 성 군이 자해공갈에 빠진 이유는 데이트 비용 때문. 성 군은 여자친구와 쓸 돈이 모자라자 인터넷에서 본 범행 수법을 따라하기로 결심했다. 범행은 학교와 학원, 집으로 이어지는 하굣길에 집중됐다.
하지만 성 군의 범행은 두 달도 안 돼 꼬리가 잡혔다. 성 군은 1월 피해자 자격으로 조사를 받던 중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범행을 자백했다. 성 군은 경찰 조사에서 “받은 돈 대부분은 여자친구와 영화관이나 식당에서 썼다”고 진술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택시와 승용차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교통사고를 내 돈을 받아 챙긴 혐의(상습사기 등)로 성 군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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