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전용이지 불법전용 아닙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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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3월의 주제는 ‘정직’]<52>고속道 전용차로 위반 年10만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위반 건수가 해마다 10만 건을 넘는 등 부정직한 얌체 운전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 한 택시(왼쪽에서 두 번째)가 버스 뒤를 따라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불법 운전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위반 건수가 해마다 10만 건을 넘는 등 부정직한 얌체 운전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 한 택시(왼쪽에서 두 번째)가 버스 뒤를 따라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불법 운전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동생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정모 씨(41)는 마음이 급했다. 목적지인 충남 천안을 15km가량 앞두고 갑자기 정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결혼식 30분 전까지 도착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지자 초조해졌다. 결국 정 씨는 승용차를 버스전용차로(1차로)에서 몰았다. 불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소통이 원활한 버스전용차로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정 씨는 “평소 이 구간엔 단속 카메라가 많이 없었다. 혹시라도 단속 카메라가 나타나면 앞 차량인 버스에 바짝 붙어 단속을 피하거나 다시 2차로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씨의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 씨의 승용차가 버스전용차로에 진입한 지 3분 만에 단속 카메라가 나타났다. 급한 마음에 다시 2차로로 돌아가려 했지만 정체 중인 2차로에는 틈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첫 번째 단속 카메라에 찍히고 말았다. ‘이미 카메라에 찍혔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다소 줄고 더 과감하게 차를 몰았다.

하지만 곧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10분 정도를 더 달린 뒤 목적지인 천안 나들목으로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차로 변경을 시도하다 사고를 내고 말았다. 승용차의 앞부분은 2차로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뒷부분이 1차로에 남아 있었고, 뒤따라오던 45인승 관광버스가 이를 피하지 못하고 받아버린 것이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버스기사 등 6명이 다치고 주말 고속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정 씨는 “정직하지 못한 꼼수 운전의 대가가 너무 크다”며 후회했다.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10만2000건이 무단으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다 적발됐다. 크고 작은 사고도 15건 발생했다.

위반 유형도 지능화되고 있다. 예컨대 9인승 승합차는 6인 이상 탑승했을 때만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6인 미만이 탔을 때도 전용차로에 진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차량 창문을 짙게 선팅한 차량은 단속이 쉽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단속에 걸려도 ‘탑승 인원과 상관없이 버스전용차로에 무조건 진입할 수 있다고 하여 구입했다’라면서 적반하장 격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나 하나쯤이야’라는 부정직한 운전 습관의 폐해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지적한다. 버스전용차로가 운영될 수 있는 근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그 신뢰가 깨질 경우 대중교통 이용자는 줄고 나 홀로 운전자는 더 늘어 결국 전체 교통량 증가로 이어진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자신의 부정직한 운전습관은 결국 전체의 룰을 깨고 타인뿐 아니라 결국 자신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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