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초구, 엄마직원 3명 시간선택제 전환 ‘인사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엄마 - 아이 - 구청 모두 好好好
경력단절 부담 없어 만족도 높아… 미혼 여성공무원들도 “환영”

서울 서초구 직원 임선영 씨가 오후 1시에 퇴근한 후 하교하는 아들 건호 군을 학교 앞에서 마중하고 있다. 서초구 제공
서울 서초구 직원 임선영 씨가 오후 1시에 퇴근한 후 하교하는 아들 건호 군을 학교 앞에서 마중하고 있다. 서초구 제공
“엄마, 이제 집에서 나 좀 돌봐주면 안 돼?”

2월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가던 건호(8)가 출근하는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건호 엄마 임선영 씨(40)는 서울 서초구 주거개선과에서 일하는 ‘워킹맘’이다. 건호와 작은 딸(6)이 태어나기 전부터 공무원이던 임 씨는 애들을 떼어 놓고 일하는 걸 당연히 여겼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자랄수록 엄마 품을 그리워했다. 학교 선생님까지 “지금 건호에게 가장 필요한 게 엄마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임 씨는 휴직계를 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경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업무 연속성이 끊어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이런 임 씨에게 구 측이 제안했다. 하루 몇 시간만 일하고 귀가하는 ‘시간선택제’ 근무였다. 고민 끝에 임 씨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올해 3월부터 하루 4시간만 일하기 시작했다. 임 씨는 “직장에서는 완전 휴직이 아니라서 동료들의 업무부담이 덜하고 가정에서는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서초구는 여성 공무원 비율이 ‘절반’(50.0%)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다. 문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운 여직원 수가 올해만 82명에 달해 인력 운용에 애를 먹는 것이다. 이에 구는 올 2월부터 ‘엄마 공무원’들에게 완전 휴직 대신에 시간선택제 전환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시작했다. 앞서 공무원 파트타임제는 지난해부터 시행됐지만 그간 “상사와 동료의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로 실제로 전환한 공무원을 찾기가 어려웠다.

구에 따르면 현재 임 씨 등 엄마 공무원 3명이 파트타임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적극적인 시간선택제 전환이 “직장과 워킹맘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최선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임 씨는 “3년간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할 때 업무를 익히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하는 데 시간선택제 전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구가 이 정책을 추진하자 엄마뿐 아니라 미혼 여성 공무원들도 환영하고 나섰다. 일 때문에 결혼과 임신, 육아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김귀동 구 행정지원과장은 “시간선택제 전환을 권유한 지 한 달 만에 문의하는 여직원 수만 약 100명에 이를 정도다”라고 말했다.

조은희 구청장은 “공무원 사회와 함께 사기업에도 이 제도가 활성화하면 출산 장려와 건강한 가정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며 “여성의 경력 단절을 해소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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