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의 활기로 가득 차야 할 3월이지만 학교 근처에 들어서는 시설물을 둘러싸고 학생과 기업 간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양산선… 高3까지 나서 “골프장 반대” 경남외고 학생들이 학교 뒷산에 생기는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경남외고 제공
15일 경남 양산시 경남외국어고등학교 학생 600명은 교내에서 “배움의 터인 학교 바로 뒷산에 골프장을 건설하면 학습권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피해를 보게 된다”며 건설 계획 반대 집회를 열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 학교 뒷산(어곡동 산 283) 100만 m²에는 아시아드티엔디가 2012년부터 18홀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3학년 윤문정 양(17)은 “재학생 750명 모두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남자 기숙사는 골프장 예정지에서 50m 거리다. 공사 중 소음·분진뿐 아니라 골프장 야간 불빛 등으로 인한 수면권 침해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양산시는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며 법적·환경적 측면을 고려해 도에서 승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골프장은 체육시설인 만큼 학교보건법이 학교 근처 200m 내 정화구역에 세울 수 없는 금지 시설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용산선… 화상경마장 2년째 갈등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학부모들이 화상경마장 개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DB 서울 용산구 성심여고 인근에 들어서는 한국마사회의 화상경마장(실시간 TV 중계 보면서 마권을 구입하는 곳)을 둘러싼 학부모와 마사회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2013년 9월에 내부 시설 단장을 마쳤지만 학부모들이 “도박중독자들이 거리를 배회할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해 개장을 미루는 중이다. 건물 17개 층 가운데 화상경마장은 총 3개 층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학교에서 정확히 235m 떨어져 있어 불법도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갈등의 진원지는 학교 인근 200m 내에 유해 시설 설치를 금지하는 학교보건법 5조.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 이내를 ‘절대정화구역’으로,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 이내 지역은 ‘상대정화구역’으로 정해 유흥주점·호텔·당구장·PC방뿐 아니라 폐기물처리장처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문제는 학부모와 기업 모두 불만이라는 점이다. 경남외고 학부모 대표 정해선 씨는 “학교보건법은 골프장 자체가 금지 시설이 아니라고 하지만 농약·야간 소음·공사 중 분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0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하늘초등학교 10m 옆 골프연습장 건설이 마찰을 빚자 고양시는 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골프연습장 허가를 직권 취소했다. 법규와 상관없이 지자체가 시설이 들어설지를 좌우하는 셈이라 이를 반대하는 쪽과 기업 모두 목소리만 높이는 형국이다.
손애리 삼육대 보건관리학 교수는 “1967년 학교보건법이 생긴 후 몇 차례 개정이 있긴 했지만 사회 변화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며 “금지 행위 및 시설 기준을 세분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