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차한성 前대법관 개업신고 반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4일 03시 00분


현행법엔 개업신고 관련 규정없어… 차 前대법관 “이해할수 없다” 반발
변협회장 “대법관 청문회때 개업 포기 서약서 받을것”

대한변호사협회가 23일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서를 반려했다. 차 전 대법관은 지난주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이 개업 신고 자진 철회를 권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변협은 이날 상임이사회에서 차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 처리를 정식 안건으로 논의한 후 “전관예우를 타파해 법조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건전한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반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변협의 ‘신고서 반려’를 놓고 법조계 안팎에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의 경우 이미 서울변호사회가 법률 검토까지 마쳐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만큼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 회장이 “차 전 대법관이 소송을 내면 우리가 당연히 진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대법관 출신의 전관예우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행 변호사법에는 개업 신고 거부나 반려, 처분 조건 등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다. ‘개업을 지체 없이 신고하여야 한다’는 한 줄뿐이다. 위반 시 처벌이나 과태료 규정도 없기 때문에 개업 후 신고를 하지 않고 수임한다고 해서 제재할 방법도 없다. 변협에 개업 신고서를 전달한 서울변호사회도 “개업 신고 자체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차 전 대법관은 “대한변협이 어떤 법적 권한과 근거로 신고서를 반려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대한변협은 “변호사법 하위 규정인 변협 회칙에 ‘신고 심사 권한’이 있는 만큼 당연히 반려 권한도 있다”고 주장한다. 신고서를 받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일반적인 ‘신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칙이 위임한 변협 등록 규칙에 따르더라도 반려할 수 있는 경우는 ‘서류의 미비가 있는데도 신고자가 변협의 보완 명령에 불응한 때’로 국한돼 있다.

한 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과거 동료 국회의원에게 돈 봉투를 돌려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경우도 이미 변호사 등록이 돼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개업 신고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며 “도덕적인 비난과 법적인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업 신고가 거부될 때 구제 절차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경우 당사자가 법무부에 이의를 신청하는 구제 절차가 변호사법에 명시돼 있지만 개업 신고는 구제 절차가 따로 없기 때문에 개업 신고 반려를 이유로 변호사 활동을 제한하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진강 전 대한변협회장은 “변협이 전관예우 폐해를 조사해 징계하면 모를까 위험성만으로 변호사 활동을 봉쇄하는 것은 국민에게 오랜 법조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하 회장은 이날 “앞으로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미리 서약서를 받아 변호사 개업을 원천적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청문회를 앞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차한성#개업신고#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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