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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주제는 ‘정직’]<53>온라인 중고거래 피해 年 3만건
지난해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던 직장인 정모 씨(34)는 신혼여행에서 사용할 디지털카메라 렌즈를 사기 위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졌다. 마침 원하던 모델을 5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찾은 정 씨는 판매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택배 운송장 번호를 받은 다음 돈을 입금했다.
하지만 며칠 후 택배로 받은 상자에는 비닐과 신문지에 싸인 빈 술병뿐이었다. 황급히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겨봤지만 응답은 없었다. 그 뒤로 며칠간 수시로 연락을 해보고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성 메시지도 보내봤지만 판매자는 묵묵부답이었다. 경찰에 연락해 보니 증거자료를 갖고 경찰서에 출석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업무와 결혼 준비로 바쁘게 지내면서 결국 없던 일로 생각하기로 했지만 정 씨는 아직도 그 일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인터넷 쇼핑의 보편화와 함께 온라인 중고거래도 급격히 늘었지만 온라인 중고거래는 대부분 판매자와 물건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든 ‘깜깜이’ 거래다. 정 씨 사례처럼 판매자가 물건을 줄 의사가 없으면서도 판매하는 것으로 가장한 경우는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피해액이 소액인 데다가 피해 금액에 비해 신고 및 증거자료 수집이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
온라인 중고거래 피해 규모는 추산하기 어렵지만 인터넷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인 ‘더치트’에 올라온 피해 사례만 지난해 3만8301건. 하루에만 100여 건의 사례가 이 사이트에 올라오는 셈이다. 피해액은 연 112억8300만 원에 달한다.
사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속상한 거래도 다반사다. 주부 윤모 씨(32)는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카페에서 아기 옷을 샀다. “깨끗하다”는 판매자 말도 있고 사진으로도 별문제 없어 보였는데 옷을 받아 보니 흉한 얼룩이 있었다. 윤 씨는 “얘기와 다르다”며 환불해 달라고 했지만 판매자는 “새것도 아닌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
정직하지 않은 구매자로 인한 판매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지난해 여행용 가방을 판 직장인 이모 씨(32)는 구매자의 억지 환불 요구에 시달리다 결국 물어줬다. 사간 지 보름이 지난 후에 “손잡이가 뻑뻑하고 바퀴가 삐걱댄다”며 환불을 요구한 것. “이미 사용한 뒤 환불하는 것 아니냐”며 거절했지만 구매자의 집요한 요구에 지쳐 결국 환불해 주고 말았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전지은 상담팀장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 전자상거래에서는 법적으로 환불 등의 소비자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만 개인 간 거래는 그렇지 않다”며 “서로 피해를 방지하려면 사전에 솔직하게 제품 정보를 공유하고 가급적 직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개인 간 중고거래는 자원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갖고 있는데 거래 신뢰도가 떨어지면 중고거래 활성화를 저해하고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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