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곤돌라 대 민간 케이블카. 남산에 오르는 방법을 두고 수년간 결론을 내지 못한 서울시가 이번에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서울시가 남산에 곤돌라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는 수년간 곤돌라 설치를 놓고 고심했으나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시는 관련 예산까지 확보하면서 강력한 추진 의사를 보이고 있다.
시가 최근 발표한 도시재생종합플랜에는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이 포함됐다. 2018년까지 교통방송, 서울시소방재난본부, 남산 제2청사 터(2만7377m²)에 관광버스 지하 주차장(일반 98면, 버스 52면)을 만들고 남산 정상까지 곤돌라를 설치하겠다는 것. 올해 예산 43억5000만 원을 확보했고 기본계획 수립 용역도 발주했다. 그런데 걸림돌이 있다. 바로 50년 넘게 남산의 명물로 자리해온 케이블카다. ○ “급증하는 관광객 위해 곤돌라 필요”
남산 케이블카는 4호선 명동역에서 걷거나 엘리베이터를 타야 이용이 가능하다. 대인요금이 왕복 8500원, 편도 6000원. 케이블카 이용객은 2004년 39만9000명에서 2013년 108만 명으로 2.7배로 늘었다. 명동과 가까워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까닭이다.
이에 따라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대기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만성적인 주차난도 심각하다. 남산 3호 터널 앞에는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수십 대씩 불법 주차 중이다. 이로 인한 교통체증도 심하다.
이 때문에 시는 오세훈 전 시장 재임 때인 2009년 남산 곤돌라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2011년 3월 공식 발표했다. 명동 상인들도 환영했다. 쇼핑 외에는 이렇다 할 즐길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지속적인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곤돌라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동희 명동관광특구협의회 국장은 “명동에서 한옥마을을 거쳐 남산까지 연결되면 명동 상권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는 곤돌라가 설치되면 케이블카 운행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남산 N서울타워 일대의 수용 인원이 최대 5000명 정도인데 8인승 순환 곤돌라와 48인승 왕복 케이블카가 동시에 움직이면 이를 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과 민간이 중복투자를 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 남산 케이블카 53년 만에 멈추나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업체는 한국삭도공업㈜이다. 문제는 곤돌라 설치를 이유로 업체로 하여금 사업에서 철수하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1961년 사업 허가(1962년부터 운행) 당시에는 사업권 시한이나 요금 규제 같은 규정이 없었다”며 “케이블카 업체가 남산공원을 점유해 사업을 하면서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삭도공업㈜은 2008년 케이블카 크기를 36인승에서 48인승으로 바꾸는 면허 변경허가 신청을 냈다. 무려 22년 만에 면허증 변경허가 신청을 낸 것. 이때 시가 사업권의 시한을 정하거나 이익의 일부를 환수할 수 있는 조건을 붙여야 하는데 면밀한 검토 없이 자동적으로 면허증 갱신을 해준 것이다. 박준희 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기계적인 행정, 관성적인 행정처리가 이런 사태를 낳았다”며 “결국 시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을 만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다음 달 행정조사특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시의 방침에 맞서 올해 1월 한국삭도공업㈜은 케이블카 승강장을 곤돌라 승강장으로 변경 신청했다. 직접 곤돌라를 설치하겠다며 서울시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시는 케이블카를 곤돌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허가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승강장 면적이 늘어나 한양도성에 지나치게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대신 곤돌라 사업에 공동 투자하고 이후 기부 받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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