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공적자금-민자사업 등 편법 재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 등장
朴정부 부양책도 상당부분 해당, “재정건전성 악화… 엄격 관리해야”
한국의 재정이 역대 정부의 다양한 ‘창작회계(creative accounting)’ 때문에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더 망가져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창작회계란 회계 상태를 왜곡하는 다양한 편법을 완곡하게 부르는 용어다. 국가 재정에서는 실질적으로는 재정사업이지만 재정 부담으로 잡히지 않는 △공적자금 조성 △비금융 공공기관의 부채 발행 △민자사업 등을 말한다.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25일 정책토론회에서 “역대 정부마다 재정총량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각종 편법들을 동원해 회계 상태를 왜곡해 왔다”며 “이른바 ‘보이지 않는 재정지출’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안되면 국민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창작회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돈을 쓸 곳은 많아졌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고 국회의 재정 통제마저 강화되자 정부 회계에 잡히지 않는 재원 마련 방안을 찾은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기업 및 금융회사 구조조정을 위해 150조 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10곳의 비금융 공공기관이 부채를 지는 방식으로 20조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도 비금융 공공기관을 통해 각각 120조 원과 160조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을 통해 160조 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옥 원장의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기부양책 역시 상당 부분 창작회계로 분류될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경기부양을 위한 46조 원의 정책패키지를 내놓았다. 46조 원의 정책패키지 중 실제 재정이 투입된 것은 15조 원 정도이며 31조 원가량은 기금이나 정책금융을 통한 지원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산업은행 36조 원, 기업은행 39조 원, 신용보증기금 16조 원, 기술보증기금 9조 원 등 총 100조 원의 정책자금을 유망 서비스업과 첨단융합산업 등 미래성장산업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 또한 재정과는 괴리된 창작회계로 분류될 수 있다.
창작회계는 공공기관의 건전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에도 부담을 주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는 공적자금을 조성하지 않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조성한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50조 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했다.
댓글 0